Go to contents

홍차가 떫은 맛 나는건 잘못 우려낸 탓"

Posted June. 21, 2014 03:10,   

日本語

2g, 400mL, 3분.

우릴 때 그 셋만 지켜보세요. 홍차는 떫거나 쓰지 않습니다. 대개 잘못 우려 마시기 때문에 맛에 대한 편견이 굳어진 거죠.

서울 마포구의 작은 오피스텔.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선반에 온갖 차가 빼곡하다. 최근 출간한 홍차 수업(글항아리)의 저자 문기영 씨(50)가 통 하나를 열고 찻잎 2g을 저울에 달아 주전자에 넣었다. 팔팔 끓인 물 400mL를 붓고 타이머 스위치를 누른다. 3분 뒤. 쓰기는커녕, 달다.

조금 더 정성을 들인다면 찻주전자와 잔에 잠깐 끓는 물을 담아 예열하는 게 좋아요. 끓인 물을 찻주전자에 붓는 그 잠깐 사이 공기와 닿아 5도 정도 온도가 내려갑니다. 주전자와 잔이 차가우면 금방 10도는 떨어지죠.

물 온도를 최대한 뜨겁게 하는 까닭이 뭔가요.

홍차는 녹차와 달리 1618시간 습기를 날리고 찻잎을 시들게 하는 위조() 과정을 거친 뒤 압력을 가해 비벼 세포막을 부순 다음 14시간 공기노출로 산화시킵니다. 이러는 동안 껍질 벗긴 사과처럼 찻잎 색이 변하고 성분이 농축되죠. 물이 뜨거울수록 응축된 풍미를 뽑아내기 유리합니다. 이렇게 잘 우린 차는 식어도 향이 풍부하고 맛있어요.

커피 마케팅 일을 하셨는데, 차에 매료된 계기가 있다면.

본격적으로 파고든 건 겨우 3년 남짓입니다. 특별한 사연은 없어요.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고마운 대상을 더 잘 알고 싶어 공부하기 시작했죠. 동서식품에서 16년 근무하고 2010년 퇴직했습니다. 동호회를 만들고 하루 10시간씩 고시 준비하듯 새벽부터 밤까지 외국 서적을 파고들었어요. 이번 책은 그 공부를 집약한 결과물입니다.

커피와 차의 국내 시장규모 격차가 꽤 클 것 같은데.

2004년부터 커피믹스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죠. 그런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까닭이 궁금했습니다. 공부하면서 이유를 찾았어요. 믹스커피는 대충 타도 어지간하면 마실 만합니다. 설탕이 많은 걸 가려주거든요. 그런데 티백은 11.2g짜리를 많이 우린다고 5분 이상 푹 담가 놓기 일쑤죠. 떫고 쓰다는 편견이 생긴 건, 잘 우린 차를 만나기가 어려운 탓이에요.

유독 홍차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가격이 합리적이고 생산 과정이 투명해 품질이 균일하거든요. 제가 요즘 즐기는 홍차는 영국 해러즈의 애프터눈 실론 16번과 포트넘 앤드 메이슨의 닐기리 하부칼입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도 똑같은 차를 마시죠. 품질 차이는 없습니다. 덩샤오핑이 마시던 귀한 차가 시장에 극소량 풀렸다는 식의 포장을 붙여 비싸게 파는 차는 싫습니다. 홍차는 그런 게 없어요.

제품은 주로 어떻게 구매하나요.

프랑스의 마리아주 프레르 같은 제품은 대부분 아직 국내에 수입이 안 됩니다. 인터넷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을 이용하고 여행 가면 잔뜩 사오죠. 입문하는 분에겐 국내에 수입되는 독일 로네펠트의 향 첨가 홍차를 권합니다. 커피도 라테로 시작해 원두 드립으로 넘어오잖아요. 맛있는 차를 경험하기 가장 쉬운 길이에요.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