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6명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그제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비 등 복지비 부담이 과중하니 국가 차원에서 특단의 재원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비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지급불능)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지단체들이 반발할 만한 이유는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최대 월 20만 원을 주는 기초연금이 지난달부터 시행됨에 따라 올해 총 7조원 가운데 지자체가 1조8000억 원, 내년에는 2조60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05세 아이들을 위한 무상보육도 올해 총 8조9000억 원 가운데 35%를 지자체가 대야 할 판이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생색은 중앙 정부가 다 내고 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그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지출은 늘어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와 취득세 영구 인하로 지방세 수입은 되레 줄었다. 지방재정자립도는 지난해 51.1%에서 올해 50.3%로 낮아졌고, 예산의 절반 이상을 복지에 쓰는 지자체가 2008년 10곳에서 올해 40곳으로 늘어났다. 여야 정치인들과 정부가 경쟁적으로 무상공약을 쏟아낼 때부터 복지 디폴트는 예상됐던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4대 중증 질환 보장, 대학생 반값등록금 같은 무상공약을 앞 다퉈 내놨다. 새누리당 공약을 실천하려면 5년간 131조 원, 민주당 공약은 192조 원이 든다는 계산이지만 증세()와 지출 구조조정 등 재원 마련은 뒷전이었다.
그렇지만 지자체들이 선심성 공약과 전시용 행정으로 재정을 낭비하고는 중앙정부 비판만 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기 용인시는 이용자도 별로 없는 경전철과 호화 청사를 건설하는데 수천 억 원의 헛돈을 썼다. 재정난이 심해져 물이 새는 교실도 못 고치고 있다. 강원 태백시는 대규모 리조트 개발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가 27일 가까스로 사상 최초의 공기업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가만있어도 복지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부채가 821조 원이 넘는다. 정부 재정적자는 지난해 21조1000억 원에서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지자체는 복지 정책 전반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점검을 해 급한 일과 나중에 할 일을 나눠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야 한다. 자칫하다간 지자체는 물론이고 나라가 디폴트 선언을 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