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이렇게 급조해서 제대로 될까. 미래창조과학부도 너무하지, 대통령이 1월에 지시했는데 여태 뭐했대. 예산배정 다 끝난 1월에 말하니 미래부도 어쩔 수 없지. 그러니 대기업들 팔을 비튼 거지. 미래부 공무원이 이해가 돼. 다음 정권에서는 미래부가 없어질 텐데 일할 맛이 나겠어. 다음 정권에선 혁신센터도 없어질 텐데 뭐.
최근 어느 모임에서 벌어진 난상토론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모처럼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 정책이다. 17개 대기업이 전국의 지역을 하나씩 맡아서 그 지역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상업화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일을 도와주자는 구상이다. 삼성은 대구, 현대자동차는 광주, SK는 대전과 짝을 맺었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첫 번째 센터 출범식에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참여해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경제인들에 따르면 이 센터는 발표가 나오기 며칠 전에 급조됐다. 대기업 대부분이 발표 직전에 이런 걸 하니 어느 지역을 맡으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대기업 관계자들을 모아 회의 한 번 하고 발표했다. 갑자기 특정 지역의 미래를 도맡게 된 대기업들은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내는 중이다. 그렇다고 졸속 정책이라 비난만 할 생각은 없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몇 군데 성공할지 모른다. 하지만 근혜노믹스의 한 주축인 창조경제의 민낯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정부가 그제 5조 원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경기가 살아나는 듯하다 다시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진맥진한 경제를 일단 띄운 후 구조개혁 같은 장기 과제를 풀겠다는 것이 정부 의도다. 그러나 3.7% 성장률에서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는 게 맞는 처방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잠재 성장률 이상으로 단기적 경기를 띄우는 데 열중하기보다 잠재 성장률 자체를 높이려는 노력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같은 기초체력 높이기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