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송산리에는 무안 박씨 일가의 극진한 효행()을 기리는 효충정이 있다. 조선 정조 때 박진은 부친이 병으로 위중해지자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피를 내어 부친을 살렸다고 한다. 그의 아들 처귀는 흰눈이 소복이 쌓인 한겨울에 어머니가 복숭아를 먹고 싶다고 하자 백방으로 수소문해 복숭아 5개를 구해 드렸다. 요즘 아이들에겐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인생에서 조심해야 할 세 가지로 소년 급제(), 중년 상처(), 노년 빈곤을 든다. 한국은 노인 2명 가운데 1명이 가난하다.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희박해져 간다. 부모 부양은 가족 책임이라는 사람이 20년 전 90%였지만 2012년엔 30%대로 줄었다. 그 대신 사회가 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늘고 있다.
대법원이 그제 자식 연금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어머니의 집을 물려받았어도 그 전에 오랫동안 생활비를 드렸다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허모 씨는 어머니에게 10년 동안 월 120만 원씩 생활비를 보내고 아파트 담보 빚 6200만 원도 갚아줬다. 그 후 과세표준이 1억6000만 원인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았는데 2166만 원의 증여세를 내라는 통보를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노후 생활 자금을 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한 거래인 만큼 증여가 아닌 매매로 봤다고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부실한 보험은 자식 보험이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1950, 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식의 봉양을 못 받는 첫 세대라는 자조()를 한다. 아이들 사교육비는 엄청난데 대학 나온 자식은 취직도 안 하고 캥거루족()으로 산다. 본인의 노후 대비는 꿈도 못 꿀 지경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물려주는 대가로 생활비를 받는 자식 연금이 베이비부머들의 허리를 조금이나마 펴게 하려나.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