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2016년 12월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을 조기 해산해 다음달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추가인상 시기를 1년 6개월 늦추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아베 총리는 그제 발표된 3분기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집계돼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한계가 드러나자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으로 돌파하는 길을 택했다.
아베 정권은 국가부채가 1000조 엔이 넘는 심각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소비세율을 종전의 5%에서 올 4월 8%로 높였고, 내년 10월 10%로 추가 인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소비세 인상 충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연율() 기준 성장률은 올 2분기 7.3% 후퇴한데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1.6%에 그쳤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통화량 및 재정투입 확대와 엔화 약세 정책은 수출 대기업의 실적 호전과 주가상승 효과는 거뒀지만 원자재와 생필품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수 위축을 낳았다.
아베노믹스의 실패 여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심각하게 흔들리는 것만은 확실하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상징되는 아베노믹스의 위기는 장기 불황과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돌려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일깨워준다.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 상태에서 돈을 아무리 퍼붓더라도 증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점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베 정권이 소비세 추가인상 연기를 내걸어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정치적 도박을 택한 것은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지금 선거를 치르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총선에서 참패해 자민당에 정권을 다시 내준 제1야당 민주당은 대안 수권 정당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다음달 총선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과반수를 획득해 2018년 12월까지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도 성장률 추락과 재정 적자 급증이라는 일본 형 불황 구조를 닮아가고 있다. 일본의 경험을 보더라도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다시 살려 자연스럽게 세수() 증가와 재정 건전성 복원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만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근본적인 산업구조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