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신은미 씨가 종북 논란 토크 콘서트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면서 내가 한 말은 모두 지난해 문화부 우수 문학도서로 선정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나온 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흔히 문화부 우수도서로 알고 있는 것은 우수 학술교양 도서다. 우수 문학도서는 좀 다르다. 우수 학술교양 도서는 좋은 책 출판을 진흥한다는 목적이 크지만 우수 문학도서는 책을 널리 읽힌다는 독서 진흥의 성격이 강하다.
우수 문학도서 선정은 2012년까지 한국도서관협회가 담당했다. 그러나 한국도서관협회가 도서관 이용률만 고려해 베스트셀러처럼 잘 읽히는 책 위주로 책을 선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지난해 선정권이 시민단체인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으로 넘어갔다. 이 재단 홈페이지에는 재단과 연대한 시민단체로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옛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주로 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소개돼 있다.
우수 문학도서는 5개 분야로 나뉘어 선정되는데 신 씨의 책은 수필 분야에서 뽑혔다. 수필 분야 선정위원장은 문학평론가 황광수 씨였다. 그는 한국작가회의 문화정책위원장, 민족문학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나머지 9명의 선정위원 중에는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강병철 전 대표 정도가 알려진 인사다. 공교롭게도 강 전 대표는 지난해 황석영 책의 사재기 논란으로 물러났고 그 뒷일을 자음과모음 편집위원인 황 씨가 맡아 처리했다.
신 씨의 책이 우수 문학도서가 된 것은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이 지난해 선정 작업을 주도하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어렵다. 올해부터는 우수 문학도서 선정 작업이 우수 학술교양 도서 선정을 주관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합쳐졌다. 그러나 우수 학술도서와 우수 교양도서의 각각 11개 분야에 이미 문학이 한 분야로 들어가 있는데 우수 문학도서를 또 따로 선정한다는 건 우습다. 우수가 너무 많으면 우수의 격이 떨어진다. 문화부가 우수를 남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