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10분 만에 심근경색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전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사진)팀은 국제 학술지 분석 화학(Analytical Chemistry)의 지난달 20일자에 이 기술을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심근경색은 암과 뇌혈관 질환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이다. 2시간 이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살아나더라도 뇌 손상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현재 소량의 트로포닌I까지 민감하게 검출하는 진단장치는 가격이 1000만 원이 넘는다. 검사 시간도 4시간가량 걸린다. 20분 만에 진단이 가능한 휴대용 진단장치도 있지만 심근경색 초기 단계는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심근경색이 생겨 심장 근육이 썩기 시작하면 그 속에 들어 있는 효소나 단백질이 혈액 속으로 흘러나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트로포닌I는 다른 장기에는 없는 단백질로 혈액 속에서 이 단백질을 발견하면 심근경색으로 진단할 수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장치는 8cm 정도의 크기로 휴대용이지만 정밀 진단이 가능하다. 트로포닌I에 달라붙는 항체로 코팅한 백금나노입자와 혈액을 혼합한 뒤 같은 항체를 바른 유리병에 넣어 준다. 이때 혈액 속에 트로포닌I가 있으면 이 단백질이 유리병과 백금나노입자에 달라붙으면서 3층 구조를 이루게 된다. 이 혈액을 쏟아버리고 과산화수소수를 부어 주면 산소가 발생하면서 유리병 뚜껑에 연결된 모세관 속 잉크 방울이 온도계처럼 위로 올라간다. 반면 혈액 속에 트로포닌I가 없는 경우에는 병 속 내용물을 쏟아버릴 때 백금나노입자까지 배출돼 산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 교수는 트로포닌I가 0.1ng(나노그램) 정도만 있어도 10분 만에 바로 검출할 수 있다며 진단장치 제조비도 200원 정도면 충분해 의료시설이 열악한 시골이나 제3세계 국가에 값싸게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