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함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구(사회적기구)구성의 일괄 타결을 시도하기로 합의했다. 연금 개혁 실무기구 공동위원장이었던 김용하김연명 교수 등 전문가 10여명은 최근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강 의원이 잠정 합의한 사회적기구 규칙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 26일까지 전달한다. 27일까지 일괄타결이 이뤄지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 개혁안과 사회적 기구 구성안이 동시에 처리될 예정이다.
이번 공무원연금 합의 과정에서 그나마 소득이라면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한 교훈을 얻은 것이다. 개혁의 대상이 개혁의 주체로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를 통해서는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돌아보면 공무원연금 개혁이든 노동 개혁이든 애초 대타협 기구에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사회적 합의란 아름다운 포장아래 기득권 세력은 양보 대신 이해득실을 챙기기에 골몰했다.
공적연금 사회적 기구가 출범한다 해도 참여 주체의 대표성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와는 동떨어진 정치 투쟁의 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회와 정부는 사회적 기구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 온갖 특혜를 누리다가 골치 아픈 일은 사회적 합의기구에 떠맡긴다면 국회의 책무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다. 정부도 사회적 합의란 명분에 집착해선 안 된다. 언제까지 사회적 기구의 볼모가 되어 무책임하게 발뺌만 할 것인가.
최근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그제 개혁에 대해 논의할 때 추상적 단계에서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실행되면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방안을 만들어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 아젠다 2010을 선언한 그는 정부 주도로 노동과 연금을 수술대에 올렸다. 인기 없는 개혁이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의 경제부흥을 가져왔으나 그에게 총선 패배를 안겼다. 그는 정권을 잃더라도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의 리더십임을 깨우쳐줬다.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포기와 양보가 전제될 때 강한 추진력을 갖는다. 사회적 합의란 미명아래 기득권 세력의 철밥통 지키기를 용인한다면 개혁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해집단의 여론을 청취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결국 개혁의 주체는 정부와 국회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적 기구는 국민 대표가 아니다. 그 안에 국민의 이익을 지켜줄 대표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