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학자가 60년 묵은 생물학계 난제를 해결했다. 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사진)는 수학 모델링을 이용해 온도가 바뀌어도 생체시계가 제때 작동하는 원리를 풀었다고 5일 밝혔다. 생명체 신비를 수학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생체시계는 오후 9시경이 되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시작해 잠을 자게 하고 오전 7시경에는 깨게 만드는 등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화학 반응은 온도가 올라가면 반응속도가 빨라지기 마련이다. 몸에 열이 나거나 여름철에는 수면 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인체 생체시계는 온도 변화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러한 성질은 1954년 발견됐지만 작동 원리는 60년이 지나도 밝혀지지 않았다. 수많은 생물학자와 수학자가 여러 가설을 발표했지만 번번이 검증에 실패했다.
김 교수는 생체시계의 핵심 단백질인 피어리드2(Period2)가 분해되는 모양이 특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인 단백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분해된다. 피어리드2는 빠르게 분해되다가 천천히 분해되다가를 반복하면서 계단 형태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학 전공자답게 이런 모양이 나오려면 2가지 방법이 필요하다는 가설을 세우고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만든 수학적 모델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피어리드2가 빠르게 분해되는 방법과 느리게 분해되는 방법 2가지가 있다는 사실과 두 방법의 비율을 적절히 조절하는 인산화 스위치의 존재를 예측했다.
온도가 섭씨 37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인산화 스위치는 피어리드2가 느리게 분해되는 쪽의 비율을 높여 분해속도를 전체적으로 늦추고, 30도 이하로 온도가 내려가면 빠르게 분해되는 쪽의 비율을 높여 분해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식이다.
이 가설은 데이비드 버섭 듀크-싱가포르대 의학대학원 교수팀이 실험을 통해 검증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이 대학원은 미국 듀크대와 싱가포르국립대가 공동운영한다.
김 교수는 인산화 스위치를 조절하는 물질을 개발한다면 야간 근무나 잦은 해외 출장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생체시계 이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셀 자매지 멀레큘러 셀 1일 자에 실렸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