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지난달 29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바하마클래식에 출전했다 1라운드에서 80타를 친 뒤 허리 부상으로 기권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집에서 요양하던 그는 이달 초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시아버지가 위독하니 귀국해야겠다는 전갈이었다. 박인비는 스윙 코치이자 남편인 남기협 프로와 함께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지만 경북 경주 시댁에 도착했을 때 시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었다. 미국에서 비행기 타기 직전 화상통화로 시아버지에게 “얘들아 보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던 박인비는 “저세상으로 가시기 전 마지막 길을 못 뵌 게 계속 아쉽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위암 수술을 받고 급격히 병세가 악화된 시아버지는 67세를 일기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미국에 있는 아들과 며느리 박인비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LPGA투어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있을까봐 염려했기 때문이다. 2남 2녀 중 막내인 남편의 아내가 된 박인비는 평소 시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
지난주 사흘 내내 빈소를 지키다 장례를 치른 박인비는 설 연휴인 10일 경기 성남시의 한 연습장을 찾아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그의 곁에는 남편이자 코치인 남 프로도 같이 있었다. 박인비는 앞으로 하루 2시간 정도 샷을 점검하며 허리뿐 아니라 통증이 있는 왼쪽 손목도 치료할 계획이다. 박인비는 “현재 정상적인 몸 상태의 60% 수준이다. 완벽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지인은 “지난해 인비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과 명예의 전당 가입 등을 확정한 뒤 뚜렷한 목표의식을 잃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힘든 일을 겪으면서 한층 성숙해졌다”고 전했다.
21일 태국으로 출국해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대회를 통해 필드에 복귀하는 박인비는 다음 달 싱가포르 HSBC 챔피언스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박인비는 “다시 힘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