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육상계를 뒤흔들고 있는 ‘도핑 파문’이 중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중국에서 발간된 책 때문이다. 전직 기자가 쓴 이 책에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다수 배출한 마쥔런 전 대표팀 감독(73)이 1991년부터 선수들에게 에리트로포이에틴을 강제로 투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에리트로포이에틴은 산소 공급을 돕는 적혈구 생성을 촉진해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물질로 금지약물이다. 저자는 “1995년 한 선수로부터 관련 사실을 털어놓은 편지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내용이 너무 민감하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중국인들의 인식이 바뀌어 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책에 나온 선수 중에는 육상 여자 1만 m(29분31초78) 세계기록 보유자인 왕쥔샤도 있다. 중국 여자 육상 선수들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금지약물 사용 사실이 발각됐다. 중국 관영지 환추시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1990년대에는 소변으로만 도핑테스트를 해 이 약물의 투약 여부를 밝힐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 책이 출간되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즉각 “(책의 저자가 밝힌)선수 10명의 서명이 있는 편지가 진짜인지부터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IAAF는 지난해 11월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난 러시아 육상계의 국제대회 출전을 잠정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