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 사립대) 등 세계적인 명문대를 뒤로 하고 독일로 유학을 가는 미국 대학생이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 미국에선 대학등록금이 치솟고 있지만 독일 대학은 학비가 공짜인 데다 영어 강의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WP는 “1만 명의 미국 학생이 독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미 대학등록금이 30여 년 전보다 5배나 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독일 정부와 대학들은 ‘영어 강의 늘리기’ 정책을 펴 더 많은 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신문은 내다봤다. 독일은 저출산 문제로 기업들이 우수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질 높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공짜 학비’ 정책을 내걸고 영어 강의 확충에도 적극적이다. 독일 대학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회과학과 공학 등의 분야에 영어 강의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에선 영국, 네덜란드, 아일랜드의 경우 대학의 교육 수준이 높고 영어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하지만 독일처럼 학비가 공짜는 아니어서 유럽 대학 진학을 고민하는 외국인들은 독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추세다. 심지어 유럽에서 대학 교육의 역사가 가장 길고 경쟁력도 우수한 나라인 영국에서도 최근 보수 정권이 학비를 올리자 ‘독일 유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 출신 유학생 로버트 체스터 씨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대학의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독일로 왔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