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의 ‘논쟁적인 인도인’이라는 책을 보면 인도인은 천성적으로 말이 많다. 유엔에서 회자되는 얘기 중에 ‘국제회의에서 의장에게 가장 힘든 일은 인도인의 말을 그치게 하는 것과 일본인이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영어 실력의 차이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인도인은 너무 말이 많고 일본인은 너무 말이 적으니까 그런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말 많은 것과 논쟁과는 연관이 깊다고 본다. 프랑스나 독일만 해도 시내버스를 타면 조용한 편이다. 누가 떠들면 앉아 있던 노인들이 먼저 눈총을 보낸다. 영국의 시내버스는 당당히 시끄럽다. 프랑스나 독일만 해도 교사들이 영어권 국가와 비교하면서 학생들의 질문이 적다는 불평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는 질문이 더 없다. 수업은 질의응답이 아니라 주입식 강의 위주다. 강의에 대한 질문도 단순히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면 모르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남아 있어 더 그렇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최근 ‘왜 한국은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 투자국인가’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을 ‘한국은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 투자국인데도 왜 노벨과학상을 못 타는가’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다.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과 미국을 앞섰고 유럽연합(EU)과 중국에 비해서는 2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없다. 제시된 다양한 이유 중의 하나는 연구실에서 토론이 활발하지 못하고, 이런 특징이 학교 교육에서부터 비롯돼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이 노벨문학상이나 노벨과학상을 타지 못해 안달이 난 게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모양이다. 올 1월 미국 시사문예지 뉴요커는 “한국인은 책도 안 읽으면서 노벨문학상만 바라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네이처는 활발한 토론도 하지 못하는 나라가 노벨과학상만 바라고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높은 데만 쳐다보지 말고 어디 서 있는지도 내려다 볼 필요가 있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