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 “인천공항에 이어 세계적 국제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라면 현장에서 지역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시도시자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기가 바쁘게 “24일 발표하는 신공항 입지평가 용역이 특정지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도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서 시장은 “국가 백년대계가 잘못 결정된다면 승복하지 못 한다.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그 결과를 부산 시민과 함께 바로 잡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시민 불복종 운동까지 거론했다. 가덕도 유치를 주장하는 부산과 경남 밀양 유치를 촉구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의 5개시도 광역단체장은 이미 지난해 입지평가 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서 시장의 사퇴 운운은 명백한 합의 위반이다. 대구·경북·울산·경남 4개 단체장도 지난달 부산의 ‘합의 파기’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5개 지역은 과거부터 새누리당 ‘텃밭’ 지역이며 단체장 모두 여당 소속이다.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으로 나뉘어 지긋지긋한 계파투쟁을 벌이는 새누리당이 정책을 두고도 PK(부산경남)과 TK(대구경북)의 둘로 쪼개지려 하니 만신창이가 아닌가.
서 시장은 가덕도에 신공항 유치가 결정되면 대구·경북에 지역공항을 건설하자는 ‘상생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신공항 문제가 또 다시 ‘주고받기’ 식으로 해결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여객은 없고 세금만 잡아먹는 공항들이 전국에 많이 있다. 영남권 공항은 가덕도든 밀양이든 하나를 선정해 인천 공항 다음가는 허브공항으로 키워야 한다. 여객과 정부 지원이 분산되면 어느 곳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신공항 문제가 이토록 국가 갈등의 주요 현안으로 커진 것은 박 대통령 책임이 작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지역갈등이 불거지자 2011년 대국민사과까지 하며 백지화했다. 그러나 이듬해 대선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표심 잡기에 급급해 건설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적인 고려 없이 국제 기준에 맞춰 누구나 수긍할 있게 정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당장 친박인 서 시장부터 불복 운운하고 있다. 대선 때 철석같이 약속했다가 문제가 곪아터지도록 사실상 방치하고, 총선 직전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이 “대통령 선물” 운운해도 방조했다. 박 대통령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신공항을 둘러싼 내분을 해결하기 바란다.
박제균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