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시작된 주말 촛불집회가 한 달째 계속되며 26일에는 참가 인원이 전국적으로 190만 명(주최 측 추산)으로 불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경찰에 연행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평화적인 집회가 이어졌다. 이를 두고 해외에서는 “박근혜 정권이 무너뜨린 국격(國格)을 국민들이 다시 쌓아올리고 있다”며 극찬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차 촛불집회에는 150만 명(경찰 추산 27만 명)의 시민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첫눈에 비까지 흩날리는 궂은 날씨도 이들을 막지는 못했다. 부산 광주 등 각 지역에서도 40만 명(경찰 추산 6만 명)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박 대통령 측이 혐의를 전면 부정하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아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진 결과다.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쓴 참가자들은 “강제 수사하라”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쳤고, 일부 참가자들은 27일 새벽까지 밤샘 집회를 하기도 했다.
사상 최대의 촛불집회였지만 우려했던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위태로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질서, 질서”를 외치며 끝까지 평화 집회를 지켰고, 상황이 모두 끝난 뒤에는 자발적으로 길거리의 쓰레기를 주웠다. 5차에 걸친 집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아 새로운 시위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시민들은 법원이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을 허용하면서 청와대를 동·서·남쪽으로 포위하듯 에워싸는 U자형의 ‘청와대 인간 띠 잇기’를 실현해 보였다.
전주영 aimhigh@donga.com · 홍정수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