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년 존(가명)은 지난해 잔혹한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을 피해 나이지리아에서 리비아로 향했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면 일자리를 구해 가족에게 돈을 보내줄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사하라 사막을 건넜다. 동행했던 또래의 한 아이는 사막에서 죽었다. 마침내 리비아에 도착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불법 입국 혐의로 체포돼 7개월째 구금센터에 갇혀 있다.
유니세프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리비아 난민 인권 실태 보고서 ‘죽음의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 속 내용이다. 무장단체가 활개 치는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새 삶을 위해 유럽행 중간 기착지인 리비아로 몰리지만 생지옥에 빠지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지난해 리비아로 몰려온 난민 25만 명 중 2만3000명이 어린이인데, 대부분 부모 없이 혼자 왔다.
유니세프가 리비아 구금센터 34곳에서 만난 어린이, 여성 난민들은 리비아로 오는 동안 각종 학대를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성범죄자들은 10녀 소녀들에게 강제로 피임약을 먹이고 성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난민구금센터는 난민들이 ‘닭장’에 비유할 만큼 열악했다. 음식과 물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학대가 일상이라고 난민들은 증언했다. 리비아에서 체포된 나이지리아 9세 소녀 카미스(가명)는 “물과 음식도 없고 매일같이 얻어맞는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범죄조직은 여성들을 노려 ‘유럽으로 가게 해줄 테니 대금 250유로(약 30만 원)는 나중에 취업해서 갚으라’고 현혹해 리비아로 데려간 뒤 인신매매를 일삼는다. 난민이 리비아에 도착하면 각종 명목으로 빚이 5만∼7만 유로로 불어난다. 피해자들은 빚을 갚기 위해 유럽에 매춘부로 팔려 가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