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은 무려 18년 전 노래다. 당시 히트곡의 주인공이던 엄정화도 이제 연기자로 서는 일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이승엽이 페스티벌과 함께 타석에 섰던 1999년은 그가 프로야구 최초로 50홈런을 넘기며 국민 타자로 칭송받기 시작하던 해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마흔이 된 이승엽은 올 시즌 은퇴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의 눈높이는 여전히 최전성기 시절에 맞춰져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의 시대를 연 빌 제임스는 수천 명의 타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타자들은 평균적으로 20대 후반까지 기량이 상승하다 이후 조금씩 줄어들고 30대 중반이 되면 하락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제임스가 그린 ‘타자의 노화곡선’을 보면 타자들의 성적은 평균 27, 28세에 정점으로 올라갔다 32세 이후 급격히 떨어진다.
이승엽의 올해 나이 ‘40’은 나이와 성적의 관계를 그린 제임스의 노화곡선의 x축에는 찾아볼 수도 없는 숫자다. 선심을 써 나이 칸을 40까지 늘려도 성적은 바닥인 게 ‘평균’이 말하는 정답이다. 흔히 야구선수가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이려면 근육의 기억력, 신체의 힘, 눈과 손의 조응, 배트 속도, 구질 파악, 팀이 부진할 때도 집중할 수 있는 의지 등 육체적, 정신적 기량을 모두 갖춰야 한다. 대체로 27세가 이 속성들이 가장 조화롭게 결합되는 때다.
하지만 ‘이승엽’이라는 데이터는 그 모든 평균치를 비웃고 있다. 1999년, 지나치게 이른 시기인 22세에 정점을 찍고도 이승엽은 1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순간 ‘한 방’을 쳐줄 수 있는 중심 타자다.
이승엽은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뒤에야 “그동안 내가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참했다. 오히려 안 나가는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란 고민도 했었다”며 “(페스티벌) 노래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사람만 바뀌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시즌마저도 스스로를 자신의 최전성기에 비춰 보는 선수. 이승엽이 이미 전설이 되기에 충분한 이유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