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까무잡잡한 12세 수영 선수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07년 제주에서 열린 한라배 전국수영대회 여자 초등부 접영 200m에서 대회신기록으로 우승한 울산 삼신초등학교 6학년 안세현(22·SK텔레콤)이었다. 기록은 2분19초83. 당시 남자 초등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선수의 기록(2분28초63)보다 9초가량 빨랐다.
그런 안세현이 10년 만에 월드 클래스로 발돋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세현은 2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200m 결선에서 2분6초67의 한국 신기록으로 4위를 차지하며 세계 수영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앞서 접영 100m에서 5위에 이름을 올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세계대회 최고 성적을 낸 데 이어 새 이정표를 또 세웠다. 2010년 최혜라가 세운 2분7초22의 한국기록을 7년 만에 0.55초 당겼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에서 자신이 기록한 2분8초42와 비교하면 1년 만에 1.75초가량 단축했다.
간신히 8위로 준결선을 통과한 안세현은 작심이라도 한 듯 결선 시작부터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가장 불리한 8번 레인에서 첫 50m를 선두로 찍고 이후 강자들과 대등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동메달을 딴 헝가리 커틴커 호수(2분6초02)와는 0.65초 차이였다. 중국 장위페이(5위·2분7초06), 저우이린(8위·2분7초67)과 일본의 하세가와 스즈카(6위·2분7초43)를 모두 제친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이었다.
안세현은 “결선에선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나섰는데 잘 들어맞았다”며 만족해했다. 안세현은 이번 대회 접영 두 종목에서 3차례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결선에 진출하면서 수영 인생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대회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수영 최초로 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수확이다. 안세현은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결선 경기가 열렸지만 팬들의 응원이 전해져서 기록을 잘 낸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안세현은 10월 충북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