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에 뉴욕이 있다면 서부엔 로스앤젤레스가 있다. 동부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팀이 뉴욕 양키스라면 서부의 대표 주자는 LA 다저스다. 전통의 라이벌 양키스와 다저스가 36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꿈의 대결을 펼칠 수 있을까. 양 리그 최고 명문을 자부하는 두 팀의 맞대결이 현실로 다가왔다.
양키스는 19일 안방인 뉴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휴스턴과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1, 2차전에서 모두 패했던 양키스는 3∼5차전을 쓸어 담으며 대망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양키스가 월드시리즈에 나간다면 2009년 이후 8년 만의 일이 된다.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의 호투가 빛났다. 포스트시즌 들어 에이스 본능을 회복한 다나카는 이날 휴스턴 타선을 상대로 7이닝 3안타 1볼넷 8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정규시즌에서 13승 12패 평균자책점 4.74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던 다나카는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20이닝 동안 2점만을 내주는 짠물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다저스는 같은 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2-3으로 졌다. 하지만 시리즈 전적에서 3승 1패로 앞서고 있어 한 번만 더 이기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다.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1988년 이후 29년 만의 월드시리즈가 된다.
두 팀의 맞대결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다. 다저스는 원래 뉴욕 브루클린을 홈으로 사용하다 1958년 로스앤젤레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함께 뉴욕을 연고지로 할 당시부터 라이벌이었던 두 팀은 다저스가 로스앤젤레스로 옮긴 뒤에는 각각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팀이 됐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27번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다저스는 6번 우승했다.
지난해까지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건 모두 11번이다. 이 중 양키스가 8번을 이겼고, 다저스는 3차례 승리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1981년에는 다저스가 양키스를 제압하고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양 팀의 매치업도 화려하다. 양키스에 다나카가 있다면 다저스에는 일본인 선발 투수 다루빗슈 유가 있다. 일본 프로야구 시절 최고를 다퉜던 둘은 월드시리즈에서 정면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양키스의 ‘슈퍼 루키’ 에런 저지와 다저스의 신예 거포 코디 벨린저의 홈런 대결도 흥미롭다. 저지와 벨린저는 정규시즌에서 각각 52개와 3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