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대표 문인화가인 표암 강세황(1713∼1791)의 증손자 강노(1809∼1886)의 초상화가 미국에서 환수됐다. 표암은 단원 김홍도의 스승이며, 강노는 19세기 후반 좌의정에 오른 인물이다. 강노의 직계 4대조를 그린 초상화 4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남아 있어 국내에선 처음으로 조선 사대부 5대의 초상화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올 10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에버러드 경매소에 강노 초상화가 출품된 사실을 파악하고 진품 검증을 실시했다”며 “현지에서 해당 문화재를 사들여 이달 8일 국내로 들여왔다”고 19일 밝혔다. 이 초상화는 한 미국인이 가톨릭교회에서 구매한 것으로 해외로 나간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진주 강씨 종친회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초상화를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에 적힌 화기(畵記)에 따르면 강노가 1879년 70세 생일을 맞아 그린 초상화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듯 피부 주름과 마마 자국, 수염 한 터럭까지 정밀하게 묘사한 화풍이 인상적이다. 김울림 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인물의 외양뿐만 아니라 내면세계까지 표현해내는 이른바 ‘전신사조(傳神寫照)’의 경지를 느낄 수 있는 명작”이라고 평가했다.
1대 강현과 2대 강세황은 기로소(耆老所·고위 관직을 지낸 70세 이상의 문신을 예우하는 관서) 출신이다. 4대 강이오는 무과에 급제했고 화가로 유명했다. 5대 강노는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용돼 병조판서와 좌의정을 지냈다. 강현과 강세황, 강이오의 초상은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다. 중앙박물관은 이들 5대와 더불어 고려시대 관료로 진주 강씨 은열공파 시조인 강민첨의 초상화까지 6명의 초상화를 내년 8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