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제의한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성사되려면 일단 그동안 완전히 단절되다시피 한 남북 대화채널부터 복구돼야 한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의를 받아들여 9일 회담이 열린다면 남은 협의 기간은 일주일 남짓. 그만큼 의제 및 대표단 구성 등 세부 절차 협의에 앞서 필수 절차인 핫라인 복원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남북이 연락을 취하는 수단으로는 판문점 연락사무소 직통전화와 군 통신선 등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2016년 1월 4차 핵실험에 나서자 그 다음 달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북한이 반발하며 남북 채널을 모두 끊었고, 이후 지금까지 1년 9개월가량 이 채널들은 단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았다. 북한군-유엔군사령부 직통 전화는 2013년부터 끊긴 상태다. 현재 남북의 유일한 소통 채널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확성기를 잡고 직접 말하는 ‘육성 채널’ 정도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6월 동해상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어민을 송환할 당시 확성기로 북측에 일정을 통보하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외치는 수준이라 제대로 된 의사 교류는 불가능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며 판문점 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으로 북한이 회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정부는 북한이 이번에는 다르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먼저 ‘만날 의사’를 밝힌 만큼 우리 측 연락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바로 자신들의 일정이나 의사를 전달할지, 아니면 사전 실무 접촉부터 요구할진 모르겠다. 그래도 며칠 안에 판문점 직통전화로 연락이 닿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북한은 통신선 자체를 폐쇄하진 않았다. 우리 측 판문점 연락관들은 연락이 완전 단절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오전 9시와 오후 4시, 매일 두 차례씩 북측과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2일까지 오전, 오후 모두 통신에 응하지 않았다. 팩스는 아예 전원을 꺼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2016년 2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남북 연락선 차단을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보복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다음 달 북한은 남북 불가침 선언 무효를 주장하며 군 통신선과 판문점 직통전화를 끊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이 있은 뒤에도 우리 정부가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하자 연락을 단절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