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싫어한다는 트랙에서 1위를 하고 있네요.”
독일 알텐베르크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스켈레톤 6차 월드컵 1차 레이스가 끝난 뒤 IBSF 중계진이 윤성빈(24·강원도청·사진)을 보고 한 말이다.
윤성빈이 6일 과거 어려움을 겪던 알텐베르크 트랙에서도 1위(1, 2차 합계 1분54초28)에 올라 시즌 네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커브가 까다로워 많은 선수가 실수를 범하는 이 트랙에서 윤성빈의 이전 최고 성적은 5위(2016∼2017시즌)였다. 이날 윤성빈은 1차 시기 57초24로 1위를 차지했다.
1차 시기에서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는 IBSF 해설진으로부터 “전혀 두쿠르스 같지 않은 모습”이란 혹평 속에 코스 위아래에서 모두 큰 실수를 범해 58초36으로 순위권에서 멀어졌다. 2차 시기에서 큰 실수가 없는 한 윤성빈의 우승이 확정적이었다. 2차 시기에서 완벽한 주행으로 57초13의 좋은 기록을 세운 두쿠르스는 윤성빈이 나서기 전까지 이날 최고 기록을 세우며 1차 시기 부진을 만회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차 시기 맨 마지막(1차 시기 성적 역순)에 나선 윤성빈이 1차 시기보다 0.2초나 단축하며 57초04로 골인하면서 두쿠르스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꺾었다.
윤성빈은 이번 우승으로 225포인트를 추가해 총점 1320점으로 시즌 랭킹 1위를 이어갔다. 2위 마르틴스 두쿠르스(1230점)와는 90점 차, 3위 토마스 두쿠르스(1104)와는 216점 차다. 하지만 윤성빈은 이런 압도적인 성적에도 2017∼2018시즌 랭킹 1위를 포기해야 한다. 마지막 8차 독일 퀘닉세 월드컵 출전을 포기하고 평창 트랙 훈련을 택했기 때문이다. 윤성빈이 귀국 전 스위스 생모리츠 7차 대회에서 우승(+225점)을 한다고 해도 2위 마르틴스 두쿠르스는 남은 두 대회에서 315점 이상만 따면 윤성빈을 총점에서 앞선다. 두 대회에서 모두 8위(+160점)만 해도 가능해 윤성빈이 1위를 지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윤성빈은 현재 세계랭킹 3위 토마스의 성적의 따라 2위 혹은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지난 시즌(세계랭킹 2위)에 이어 아직 손에 넣지 못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털글로브는 1년 뒤로 미뤄야 하는 것이다.
윤성빈이 ‘세계랭킹 1위’란 타이틀을 포기하면서까지 평창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단 하나다. 평창 올림픽 금메달이다. 윤성빈은 평창을 시작으로 2022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올림픽 2연패를 꿈꾼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