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연간 매출 신기록을 새로 썼다. 8일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61조4024억 원, 영업이익 2조4685억 원을 기록(잠정 실적)했다고 공시했다. LG전자의 한 해 매출이 60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은 16조9697억 원이었다. 분기 기준으로 최대치다.
LG전자가 지난해와 비교해 약 6조 원이나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역할이 컸다. 잠정 실적에는 사업부문별 실적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전자업계 및 증권가에서는 HE사업본부가 4분기 매출 약 5조5800억 원, 영업이익 4189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E사업본부 분기별 매출 5조 원 돌파는 2014년 4분기(5조4270억 원) 이후 3년 만이다.
LG전자는 수년 전부터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TV를 앞세워 글로벌 프리미엄TV 시장 주도권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2500달러(약 285만 원) 이상 가격으로 팔리는 프리미엄TV 시장은 판매대수 면에서는 1% 남짓한 시장이지만 비싸게 팔고 더 많이 남길 수 있다. ‘가격보단 가치’를 중시하는 시장이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매년 4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쇼핑 대목이 몰려 있어 판매량은 증가할지 몰라도 영업이익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LG전자가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견고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프리미엄TV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E사업본부는 지난해 3분기에도 매출 4조6376억 원, 영업이익 458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만 9.9%에 달한다.
생활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H&A사업본부도 4분기가 계절적 영향으로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주력 제품의 판매 비수기였음에도 견고한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냉장고, 트윈워시 세탁기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원가 구조를 개선한 덕분이다. 트롬 건조기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 등 신성장 제품 판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유럽, 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가전제품의 수요가 증가한 효과도 봤다.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여전히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TV, 가전제품 사업부문이 올린 호실적을 모바일 사업이 깎아먹는 사업 포트폴리오 불균형의 해소는 올해도 과제로 남았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서는 MC사업본부의 4분기 매출은 3분기 대비 7% 성장한 3조 원 안팎이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한 2850억 원 정도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삼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는 약 80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사업의 거래처 확대, GM ‘쉐보레 볼트 EV’의 판매 증가에 따른 전기차 부품 판매 확대 등으로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대규모 기술 투자 역시 꾸준히 필요해 분기별로 소폭의 영업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LG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10만5000원으로 마쳤다. 지난해 1월 2일 5만1800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