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점프를 성공시킨 그가 우아한 미소를 보이자 경기장에 환호성이 터진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가 열리는 곳마다 캐나다 팬들은 국기를 흔들며 그의 이름을 힘껏 외친다. 실력과 미모를 갖춘 케이틀린 오스먼드(23)는 캐나다 피겨의 ‘희망’이다.
오스먼드의 고향인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의 메리스타운에는 그의 이름을 딴 빙상장인 ‘케이틀린오스먼드아레나’가 있을 정도로 그는 캐나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캐나다는 세계 랭킹 2위 오스먼드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자국 역사상 두 번째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린 일본 나고야에서 만난 오스먼드는 “올림픽 시즌이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가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올림픽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테스트이벤트)에 참가했을 때 경기장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이 더욱 설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3세 때 언니를 따라 피겨를 시작한 오스먼드는 주니어 시절에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선수다. 하지만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자국 선수권에서 200점대(207.24점)를 돌파하며 정상에 올라 기대주로 떠올랐다. 소치 올림픽에서는 ‘미녀 스케이터’로 명성을 떨쳤지만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개인전에서는 13위에 그쳤기 때문. 오스먼드는 “10대였을 때 참가한 소치 올림픽은 큰 무대에 대한 경험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때도 내 머릿속에 간직한 목표는 오직 2018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올림픽 이후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 중이던 그는 한때 부상으로 날개가 꺾였다. 그해 9월 그는 연습 도중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 오스먼드는 “(부상을 당했을 때) 다시는 피겨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다리에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을 한 그는 악몽 같았던 재활 끝에 약 11개월 만에 빙판에 다시 섰다. 오스먼드는 “부모님과 코치, 팬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피겨는 내 인생이기 때문에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스먼드는 지난 시즌 ISU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1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러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올 시즌에는 ISU 그랑프리 시리즈인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총점 212.91점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오스먼드는 장기인 난도 높은 트리플(3회전) 점프가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난도가 높아 실수도 잦다. 3회전 플립-3회전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점수 9.6점) 등 5개의 3회전 점프를 배치한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 없이 연기를 펼치면 고득점에 성공하지만 점프 후 넘어지는 실수가 나오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그는 탁월한 점프력에 비해 착지 시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올랐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실수가 나오면서 5위에 머물러 종합 3위(총점 기준)에 그쳤다. 오스먼드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프리스케이팅은 안정감을 높여야 한다. 안무, 점프 연습과 동시에 정신적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심리치료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먼드는 경기 중 실수가 나왔을 때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생긴 또 하나의 별명이 ‘스마일 걸’이다. 일각에서는 승부욕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오스먼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한 번의 실수가 있어도 프로그램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며 내 연기는 계속된다. 오늘이 아니면 다음 대회가 또 있다. 이 때문에 찡그리기보다는 웃는 얼굴을 팬들에게 보여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스먼드는 소치 올림픽에서 경쟁 상대였던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김연아는 나의 롤 모델 중 한 명이다. 그는 언제나 완벽한 경기를 펼쳤던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 클린 연기를 펼친 뒤 반드시 시상대에 올라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