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이나 페트병, 상하수도관 등에 생기는 ‘세균 때’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KAIST는 최원호 물리학과 교수와 박상후, 박주영 연구원 팀이 물체 표면에 얇게 생기는 세균 더께인 미생물막(바이오필름)을 ‘물질의 제4상태’로 불리는 플라스마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미생물막은 세균이 당 등 고분자 물질과 엉겨 막 형태로 굳은 것으로 식재료는 물론이고 페트병 등 식품 용기 내부나 상하수도관 내벽에도 생길 수 있다. 치아 플라크도 대표적인 미생물막이다. 최 교수팀은 플라스마를 이용해 미생물막을 제거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플라스마는 물질에 강한 힘을 가해 원자보다 작은 입자(전자와 이온)로 쪼갠 것으로, 다른 물질을 분해하는 등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이 강하다. 최 교수팀은 플라스마를 물에 쏴서 오존과 수산기, 과산화수소, 활성산소 등 물질 분해 능력이 매우 강한 이온을 발생시켰다. 이후 이 이온이 담긴 물에 대장균으로 만든 미생물막을 담가 미생물막이 얼마나 제거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소독약으로 널리 쓰이는 과산화수소가 미생물막을 25% 제거해 가장 높은 효과를 보였다. 오존(14%)과 아질산이온(11%), 물분자에서 수소가 하나 떨어진 이온인 수산기(10%)가 뒤를 이었다. 특히 수산기는 다른 이온의 0.01∼1% 정도에 불과한 적은 양만 발생했는데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