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다자오쓰(大昭寺·조캉 사원)에서 큰 화재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정확한 피해 상황을 밝히지 않은 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관련 소식까지 통제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이틀째인 17일 오후 6시 40분경 시짱자치구 수도 라싸(拉薩)시 다자오쓰에서 화재가 났다. 사원 뒤쪽의 승려 거주 건물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화재는 멀리서도 거센 불길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1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다자오쓰는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해외에서도 피해 정도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관영 매체들은 “화재가 신속하게 진압됐다. 인명 피해도 문화유산 피해도 없다. 주변 질서 모두 정상”이라며 “화재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고만 소개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사원 금탑 꼭대기에도 불이 붙은 듯한 모습 등 화재 관련 사진과 피해를 우려하는 글들이 올라왔으나 대부분 열람이 금지되거나 삭제됐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8일 “사원이 평소처럼 개방됐다”며 “임시 통제됐던 사원 주변 거리 역시 개방돼 신도들과 여행객들이 줄을 서 참배하고 참관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시짱자치구 소속 관영 시짱일보는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화재에 대한 언급 없이 사원 내부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불상(석가모니의 12세 때 모습을 형상화한 등신상)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화재 다음 날인 18일 오전 11시경 촬영됐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화재 소식을 통제하는 이유는 다자오쓰의 정치적 민감성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다자오쓰는 1989년과 2008년 티베트 독립 시위의 중심지였고 2008년에는 사원 부근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차를 부수고 전복시켰다. 2015년 티베트자치구 설립 50주년 행사 때는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다자오쓰를 찾아 종교계 인사들을 만났다.
중국 당국이 다자오쓰 화재 관련 뉴스는 통제하는 반면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프랭클린 인스티튜트 박물관에서 발생한 진시황 병마용 엄지손가락 도난 사건은 관영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중국청년보는 병마용을 대여한 중국 산시(陝西)성 문물교류센터가 문제의 박물관에 복구 전문가 2명을 파견하고 배상 절차에도 착수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