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로큰롤 ‘I Want to Hold Your Hand’(1963년)와 몽환적인 대곡 ‘Within You Without You’(1967년). 이 두 곡은 모두 비틀스의 것이다.
그들의 음악세계는 인도를 경험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 시발점은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1943∼2001)이 인도 악기 시타르의 거장 라비 샹카르(1920∼2012)를 사사하면서였다. 그를 계기로 멤버들이 인도 음악과 철학에 차례로 빠져들면서 비틀스는 대중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올리는 작업에 매진했고 완벽하게 성공했다.
최근 e메일로 만난 샹카르의 딸이자 인도악기 시타르 연주자인 아누슈카 샹카르(37)는 해리슨을 “조지 삼촌(Uncle George)”이라 불렀다. 세계적인 팝스타 노라 존스는 그의 이복 언니다.
샹카르에게 부친은 7세 때부터 스승과 동의어였다. 라비 샹카르는 환갑에 낳은 늦둥이 딸이 9세가 되자 월드투어에 연주자로 동반했다. 2012년 생애 마지막 무대에서도 라비 샹카르는 딸과 함께 했다. 그해, 부녀는 각자의 앨범으로 같은 부문에서 그래미 어워즈(‘최우수 월드뮤직 앨범’)를 다투기도 했다. 부친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며칠 뒤 영면했다.
“진로를 정하며 내적 갈등이 심했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아버지와 비교될 수 있다는 걸 잘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죠. 너무도 사랑하는 일이었으니까.”
샹카르는 인도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재즈, 전자음악과 융합하는 실험을 했고 그래미 후보로 여섯 차례나 올랐다. “어려서부터 영국, 미국, 인도에서 자라고 여러 나라를 돌며 개성과 안목이 형성됐습니다.”
시타르의 특성에 대해 묻자 샹카르는 “정확한 음조를 내는 것, 그 이상의 수준에 닿는 데만도 수년이 걸린다”고 운을 뗐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기타와 비슷한 점이 별로 없어요. 현(絃)을 당기기 쉽도록 시타르의 프렛(음을 구분하는 칸)은 곡선형으로 돼있죠. 공명현(共鳴絃)을 통해 어른거리듯 깊은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시타르만의 특징입니다.”
샹카르는 22일 첫 내한공연도 갖는다. 핵심 레퍼토리는 2016년 앨범 ‘Land of Gold’다. 국제난민의 고난을 그린 음악적 서사시. “둘째를 출산할 무렵, 자녀를 위해 필사의 길을 택하는 난민들과 저의 처지가 비교돼 괴로웠습니다.” 샹카르의 전 남편인 영화감독 조 라이트(‘다키스트 아워’ ‘어톤먼트’ 연출)가 공동 프로듀서를 맡고 영국 원로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어톤먼트’ ‘하워즈 엔드’)가 내레이션에 참여해 극적인 음반을 만들어냈다.
가장 좋아하는 비틀스 노래를 묻자 샹카르는 기타에 관한 곡을 꼽았다. “‘조지 삼촌’의 곡에서도 단연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요.” 로큰롤 밴드가 영적 스승의 딸에게 음악적 자양분을 품앗이한 셈이다.
환상체험에 비견될 시타르 거장의 무대는 22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4만∼10만 원. 02-2005-0114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