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최고 드리블러 후보는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가 아닌 에덴 아자르(27·벨기에)?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유럽 5대 축구리그 선수들의 시즌 개막부터 2월까지의 활약을 바탕으로 최고의 드리블러 순위를 발표했다. 경기당(90분 기준) 평균 드리블 시도 횟수와 성공률(%)을 구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결과는 ‘축구의 신’ 메시가 최고의 드리블러라는 대다수의 인식과 달리 아자르가 1위에 선정됐다. 이는 전방위로 뛰며 ‘찬스 메이커’ 역할의 비중도 높은 메시와 직선적인 돌파에 특화된 아자르의 플레이 스타일 차이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처럼 ‘숫자’는 축구의 전부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색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CIES가 자체 개발한 지표를 활용해 내놓은 분석을 토대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18 러시아 월드컵 베스트 일레븐(4-3-3 기준)을 뽑아 봤다.
○ 꿈의 삼각 편대 ‘호날두-메시-손흥민’
손흥민(26·한국)이 러시아 월드컵 꿈의 삼각 편대에 들어갔다. CIES가 최근 3개월간(12월 26일∼3월 26일) 유럽 5대 리그 선수의 기록을 분석해 발표한 포지션별 선수 순위에 따르면 그렇다.
CIES는 △득점 기회 창출 △태클 △볼 배급 △슈팅 △공격 기여 △수비 기여 등 6개 영역으로 나눠 평가한 뒤 순위를 매겼다. 이 조사에 따르면 손흥민은 호아킨 수소(25·스페인)와 함께 윙어 공동 4위에 올랐다. 1∼3위는 메시, 모하메드 살라흐(26·이집트), 하칸 찰하노을루(24·터키).
그런데도 손흥민이 세계 최고라 평가받는 호날두, 메시와 함께 당당히 ‘삼각 편대’에 이름을 올린 것은 최근 대세(大勢) 윙어가 모두 왼발잡이인 것과 관련된다. 앞서 언급한 ‘톱5 윙어’ 중 오른발잡이는 손흥민과 찰하노을루 두 명이다.
‘골 넣는 윙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최근 축구 전술의 추세다. 이 때문에 윙어의 포지션은 그 선수가 주로 쓰는 발과 반대쪽에 배치된다. 예를 들어 토트넘이 오른발잡이인 손흥민을 왼쪽 윙어로 기용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메시와 포지션이 겹치는 ‘핫한’ 살라흐가 빠졌다.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터키의 찰하노을루는 자동 제외됐다.
올 시즌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에서 통산 18골(정규리그+각종 컵 대회)을 넣으며 맹활약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죽음의 조(F조)’에 배정된 한국을 구원할 선수로 평가받는다.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개인 통산 119호골(UCL 최다골 기록)을 넣은 호날두는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조 1위 대결(B조)의 선봉에 선다. 메시는 숱한 스타를 보유하고도 그가 없으면 맥을 못 추는 아르헨티나의 최종 해결사로서 나선다.
○ 덴마크의 홀로 핀 중원의 꽃 에릭센
FIFA 랭킹 1위 독일은 여러 포지션에 걸쳐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됐지만, 유독 중원이 탄탄하다. CIES 조사에 따르면 토니 크로스(28)를 비롯해 미드필더(수비형, 전방위) ‘톱 10’에 조사 국가 중 가장 많은 4명이 포진됐다. 브라질과 잉글랜드 등 전통의 강호와 신흥 강호 벨기에도 중원의 강국으로 평가됐다.
이번 조사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26)은 덴마크 선수로는 유일하게 ‘톱 10(미드필더 1위)’에 선정됐다. 그는 덴마크의 본선 진출을 이끈 주역. 에릭센은 미드필더임에도 유럽 조별예선과 두 차례 플레이오프에서 덴마크가 기록한 20골 중 11골을 터뜨리며 조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그의 활약으로 8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덴마크는 다시 에릭센에게 기대를 걸며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가 본선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유럽 베팅업체들은 최근 A매치 9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브라질을 포함해 독일과 스페인, 프랑스 등 4개국을 우승 후보로 꼽았다. CIES 포지션별 최고 선수 조사에서도 이 국가들은 골키퍼 제외, 6개 포지션에서 5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유럽 5대 리그가 폐막(5월 20일)하지 않았고 최종 엔트리 제출 마감일(6월 4일)도 두 달 정도 남았다. 하지만 최근 각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가 많은 4개국이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축구팬은 없을 것 같다.
김재형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