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률을 사실상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진보 성향 인사로 물갈이됐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올해(16.4% 인상)처럼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1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7명 중 임기가 남은 상임위원을 제외한 26명을 11일 신규 위촉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3년이다. 근로자위원에는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이, 사용자위원에는 권순종·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이 새로 합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년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공익위원은 진보 성향 인사로 대폭 물갈이됐다. 10대 공익위원 중 유일하게 연임된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노동법학자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반면에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등 보수 성향의 10대 공익위원들은 연임에서 탈락했다.
새로 공익위원에 임명된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각종 정부위원직을 맡았다. 권혜자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 출신이다. 백학영 강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박은정 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역시 노사문제와 빈곤문제에 천착해온 전문가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하는 등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소득 주도 성장론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임 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류장수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 정책 마련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난해 교육부의 정규직전환심의위원장과 대학구조개혁위원장 등을 맡는 등 현 정부와도 가깝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홍장표 대통령경제수석 역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다. 신임 위원장은 14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선출한다.
이처럼 공익위원들이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물갈이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도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법적으로는 27명 위원 전원이 토론과 협상을 하고, 물가상승률 등 여러 경제 여건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협상 막판에는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인상률을 결정해왔다. 특히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 전문가를 줄이고 노동, 복지 전문가들을 대거 늘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성열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