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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무전기 승리’ 신태용, 월드컵 ‘헤드셋 매직’ 보여줘

2009년 ‘무전기 승리’ 신태용, 월드컵 ‘헤드셋 매직’ 보여줘

Posted May. 12, 2018 09:12,   

Updated May. 12, 20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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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치에서 경기를 보면 공의 흐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선수들의 움직임 위주로 보게 된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는 양 팀 전체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리는 신태용 한국축구대표팀 감독(48)은 ‘관중석 예찬론자’다. 신 감독은 20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지난해 4월 프로축구 K리그1 전북과의 연습 경기에서는 20분가량 벤치 대신 관중석에 올라가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는 2009년 프로축구 성남 감독일 때는 관중석에서 ‘무전기 매직’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인천과의 경기 중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그는 관중석에서 구단 직원들이 사용하는 무전기로 벤치에 있는 코치에 작전 지시를 내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과연 신 감독이 ‘관중석 관전’의 효험을 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벤치에서의 전자장비 사용을 금지해왔던 국제축구연맹(FIFA)이 러시아 월드컵에서부터 헤드셋 장비를 통해 감독이 관중석(기자석)에서 경기를 보는 코칭스태프로부터 실시간으로 경기 분석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감독이 직접 관중석에 올라가지 않아도 ‘제2의 눈’인 코치들을 통해 다양한 경기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 팀 전략, 전술도 상대 팀에 노출된다.

 한국대표팀 관계자는 “코치 2명과 영상편집분석관 등이 기자석에서 경기를 본다. 이때 FIFA는 태블릿PC를 통해 히트 맵(선수의 활동 반경) 등 선수 관련 데이터와 경기 영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코치들은 이를 토대로 상대 전략을 분석한 뒤 헤드셋 무선 교신 장치를 통해 감독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태블릿PC로 영상을 편집한 뒤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 설치된 모니터로 선수들과 함께 볼 수도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전반전에 나온 우리 팀의 실수와 상대 팀 약점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선수들에게 1∼2분 분량으로 편집된 경기 영상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시간 경기 분석이 중요해짐에 따라 대표팀은 3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에서 활동한 가르시아 에르난데스 전력분석코치(64)를 영입하는 등 코칭스태프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오심을 잡는 매의 눈’ 비디오 판독도 성인 월드컵 최초로 도입된다. 주심과 부심 외에 ‘비디오 부심’을 경기장에 배치해 주심의 판정을 돕는 것이다. 비디오 부심은 경기 영상을 보면서 무선으로 주심과 대화를 나누고, 주심은 비디오 부심이 제공한 정보를 참고해 최종 판정을 내린다. 한편 FIFA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심의 최종 판정이 내려진 직후 전광판을 통해 비디오 판독 리플레이 영상을 보여주기로 했다. 관중들이 판정 사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판독 대상은 득점 및 페널티킥, 퇴장 상황, 심판이 놓친 반칙 등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수비수들의 교묘한 반칙 등이 모두 카메라에 포착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미 K리그1에서 비디오 판독을 시행 중이기 때문에 국내파 선수들에게는 낯선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 감독은 “비디오 판독에 익숙하지 않은 유럽파를 위해 대표팀 소집 이후 주의 사항을 별도로 교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다음 달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을 리허설로 삼아 비디오 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선수들이 혈전을 벌이게 될 그라운드의 잔디도 기존 월드컵과는 다르다.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모든 경기장엔 ‘하이브리드 잔디’가 깔려 있다. 천연 잔디에 인조 잔디가 3∼5% 섞인 것이 하이브리드 잔디다. 인조 잔디를 땅에 심은 뒤, 그 위에 천연 잔디의 씨앗을 뿌려서 만든다. 그러면 땅속에 박힌 인조 잔디의 단단한 섬유 조직에 천연잔디의 뿌리가 감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뿌리가 단단히 얽혀 내구성이 탁월한 하이브리드 잔디는 경기 중 선수들의 태클로 잔디가 움푹 파이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하이브리드 잔디로 된 경기장이 아직 없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하이브리드 잔디 경기장을 쓰는 팀이 많다. 손흥민의 소속 팀인 토트넘이 올 시즌 안방으로 사용 중인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도 하이브리드 잔디가 깔려 있다.

 한편 일본 프로축구 빗셀 고베의 경기장도 하이브리드 잔디인데, 협회 관계자는 “정우영 등 빗셀 고베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확인한 결과 천연 잔디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라운드가 딱딱하면 선수들이 회전 동작 등을 할 때 발목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잔디를 사용하는 경기장은 부드러운 흙을 사용해 그라운드가 지나치게 딱딱해지는 것을 막는다. 신 감독은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 잔디보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미세한 차이여서 우리 대표팀 경기력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