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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휴대전화가 빈국 농촌 살립니다”

Posted May. 14, 2018 07:27,   

Updated May. 14, 201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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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휴대전화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의 농촌을 살리고 있습니다.”

 유엔 내 전문기구 중 하나인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의 길버트 호웅보 총재(57·사진)는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휴대전화를 비롯한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이 국제 원조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이렇게 소개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는 농기계나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농법을 전수하는 차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ICT 강국 한국의 대표 상품인 휴대전화가 개도국 농촌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웅보 총재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국제 공적개발원조(ODA) 포럼에 참석하고 IFAD의 주요 회원국인 한국 정부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아프리카 국가 토고의 총리 출신인 그는 지난해 4월부터 IFAD 총재를 맡고 있다.

 1978년 IFAD 회원국이 된 한국은 176개 회원국 중 기여금 기준으로 상위 20개국 안에 든다. 최근에는 ICT를 빈곤국 농업에 지원하는 사업에 지원금을 보내고 있다. 호웅보 총재는 “인도 농부들은 휴대전화로 날씨 정보를 미리 파악해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고, 캄보디아 농가들은 휴대전화로 토양, 날씨, 방제 조치 등을 알려주는 ‘농촌 지도’를 확인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한국에서 일어난 ‘새마을운동’도 ‘빈국 농촌개발의 모델’로 높이 평가했다. 호웅보 총재는 “새마을운동은 측정 가능한 개발 성과를 낸 것은 물론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정신을 심어주고 장기적으로 모두 잘살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했다”며 “세계 어디에서나 잘 적용될 수 있는 개념으로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호웅보 총재는 최근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후변화와 각종 내전으로 위협받는 식량안보에 대해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식량안보가 무너져 고통 받는 인구가 2016년까지 줄다가 2017년부터 다시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도주의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사실 장기적 투자가 지속가능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빈국에 단순히 돈과 식량을 주는 데 머물지 말고, 긴 안목으로 소규모 자작농들에게 농법을 가르쳐 자립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IFAD의 지원이 북한까지 닿을지에 대해 호웅보 총재는 “아직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고 우리는 국제기구로서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니 지금 답하긴 너무 이르다”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은 우리 회원국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협력을 요청하면 우리가 지원 여부를 검토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