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였죠. 악보만 600페이지, 11시간 분량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내년에 10번째 연주를 일본 무사시노홀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프랑수아프레데리크 기(49)는 2008년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프랭탕 데 자르(예술의 봄)’ 축제에서 열흘 동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을 연주한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베토벤 세계를 여행해보자는 의도였죠.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그즈음 제 삶의 과업인 ‘베토벤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베토벤의 모든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녹음하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다른 계기는 2006년부터 필립 조르당과 함께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레코딩이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는 2020년까지 매년 2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고 있다. 기는 “베토벤을 연주할수록 더 하고 싶기에 평생 끝나지 않을, 음악적 커리어의 핵심”이라고 했다.
기에게 베토벤이 중요한 이유를 묻자 ‘휴머니티’라고 답했다. “위대한 작곡가 중에서도 베토벤은 인류 보편적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특정 지역, 시대가 아닌 인간을 표현해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감동받을 수 있죠.”
“1935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최초로 녹음한 아서 슈나벨의 아들 카를 울리히 슈나벨을 통해 베토벤의 모든 음악이 사람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됐죠. 리언 플라이셔도 저에게 멘토와 같은 분이었어요.”
프랑스 남서부 페리고르에서 자란 그는 “가을에 버섯 줍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트러플이 유명한 페리고르엔 버섯이 많아요. 버섯을 발견하는 순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기분이거든요. 라틴어 학명까지 다 알고 있어 지금도 친지들이 사진을 보내 독버섯 감별을 부탁해 와요.”
17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기는 13번(환상곡풍의 소나타), 4번(대소나타), 22번, 21번(발트슈타인) 소나타를 연주한다. “13번은 월광 소나타의 여동생 격인데, 악장 간 멈춤이 없어 독특하죠. 4번은 35분간 계속되는 아주 깊고 느린 음악이에요. 22번 소나타는 기이하면서 로맨틱하고요. 마지막엔 어려운 소나타를 들어줘 고맙다는 의미의 파워풀한 발트슈타인을 들려드릴 거예요.”
지난해부터 국내 연주를 이어온 기는 한국 관객에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2020년까지 한국에서 소나타를 연주하게 돼 영광입니다. 여러분, 베토벤 세계를 항해하는 저의 배에 함께 하시겠어요?”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