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패할 수도 있고 16강에 오를 수도 있다. 50 대 50이다. 그런데 굳이 우리가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희망을 이야기하자.”
‘백전노장’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65)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축구대표팀에 희망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986 멕시코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해 아르헨티나의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8)를 상대했던 그는 2010 남아프리카 월드컵 땐 감독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란 대업을 이뤘다.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자택에서 허 부총재를 만났다.
○ 희망
“일부에서는 조별리그에서 3패(3전 전패)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얘기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허 부총재는 F조에서 만나는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못 넘을 산은 아니라고 봤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팀보다는 훨씬 상대하기 쉽다. 이탈리아와의 유럽 플레이오프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리다 한 방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라왔다. 다른 유럽팀에 비해 힘은 있지만 예리함은 없다. 멕시코를 보자. 우리가 느끼는 심리적인 면으로는 남미팀보다는 낫지 않은가. 그리고 한국이 역대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결코 못하지 않았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땐 하석주가 백태클로 나가면서 졌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잘 싸웠고 멕시코와 비겼다. 독일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마지막에 만난다. 독일이 2승을 하고 온다면 16강전에 집중하기 위해 굳이 승리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결코 죽음의 조는 아니다.”
그는 “해외파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스완지시티), 권창훈(디종) 황희찬(잘츠부르크), 국내파 이근호(강원) 이재성, 김신욱, 이용(이상 전북) 박주호(울산) 등 공격진과 미드필더, 수비까지 괜찮은 전력”이라고 말했다.
○ 세트피스와 다양한 공격패턴
“한국이 남아공에서 6골을 넣었는데 4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공격과 수비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다양한 준비를 해 둬야 한다. 세트피스에서 골을 넣으면 큰 힘을 얻지만 반대 경우는 허탈하다. 그만큼 세트피스가 중요하다. 남아공 땐 공수에서 세트피스 준비를 많이 했고 그 결과 16강에 갈 수 있었다.”
허 감독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듯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것을 주문했다.
“남아공에서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하긴 했지만 한국이 결코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계속 공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다양한 공격 패턴을 만들고 반복적으로 훈련시켜야 한다. 그리고 빠른 역습을 잘 활용해야 한다. 손흥민이란 걸출한 스타가 있기 때문에 잘 갈고 닦으면 역습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 선수단을 믿고 소통하라
허 부총재는 신태용 감독이 토니 그란데 코치(71)와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코치(51)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강 프로팀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지도자 경험을 한 그란데 코치를 잘 활용해야 된다. 감독이 젊은 혈기로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서로 토론해 최상의 선택을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는 선수들끼리의 소통도 강조했다.
“선수를 믿어야 한다. 편애는 조직력을 무너뜨린다. 또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를 인정해야 한다. 남아공 땐 박지성과 이영표, 김남일 등 경험 많은 선수가 많아 사실 그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선배들이 솔선수범하면 후배들은 따르기 마련이다. 감독은 또 선수들이 서로 믿게 만들어야 한다. 남아공 땐 비디오 분석도 선수들끼리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공격과 수비에 대해 상황별로 서로 토론하며 ‘이땐 이렇게 저땐 저렇게 하자’라며 조직력이 더 좋아졌다. 요즘 유행하는 ‘원팀(One Team)’을 위해 모두가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