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네이버 웹툰 댓글창에 때아닌 욱일기 논란이 일었다. 웹툰 ‘위장불륜’ 연재를 시작한 일본인 작가 히가시무라 아키코(43)가 2007년 팬미팅 포스터에 욱일기와 일본군 캐릭터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작가가 사과문을 올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자 상황은 일단락됐다. 누리꾼들은 “유명 일본 만화가가 한국 웹툰에 연재를 시작한다니 신기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웹툰 시장에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웹툰 플랫폼 배틀코믹스에서 3월 공개한 ‘황태자 약혼녀로 살아남기’는 스토리는 한국 작가가, 그림은 중국 작가 팀이 맡은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웹툰이다. ‘황태자…’를 기획한 다온크리에이티브는 내년 초까지 총 5편의 한중 합작 웹툰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권별빛 콘텐츠개발팀장은 “중국 작가 팀의 작화는 한 컷 한 컷이 일러스트 수준”이라며 “한국 팬들의 취향에 맞춘 스토리와 중국 작가 팀의 그림 퀄리티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많게는 30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중국 웹툰 작가 팀은 편당 인건비가 국내 작품의 2,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진코믹스도 해외 웹툰 작가들을 발굴해 한국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인 작가 아나밸이 한국의 일상과 문화를 그려 2017년 서울시가 개최한 일본군 위안부 콘텐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아나밸과 대한민국’이 대표적이다. 레진코믹스는 2014년부터 총 세 차례 ‘세계 만화 공모전’을 개최해 해외 웹툰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판타지 액션물 ‘프릭-퀀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스토리 작가 제로와 그림 작가 사콘, ‘펄스’를 내놓은 태국 작가 라타나 사티스 등이 이 대회를 통해 한국 시장에 데뷔했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일본, 중국 일변도였던 과거와 달리 한국 웹툰 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작가들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사실 해외 웹툰 수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한국으로 진출한 대만 작가 아만(阿慢)의 ‘백귀야행지’를 비롯해 각종 웹툰 플랫폼에서 이미 수백 편의 해외 웹툰이 수입돼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해외 인기 웹툰을 수입하는 수준을 넘어 외국 작가들이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해 기획한 작품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다각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승한 레진엔터테인먼트 일본법인장은 “단순히 시장에 있는 만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작품 기획 단계부터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하여 제작한다”고 밝혔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