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공공미술이 가능할까. 공공미술은 공개된 장소에 설치된 공공 소유의 미술작품을 말한다. 설치될 환경과 그것을 소비할 대중도 존중하고 고려해야 하는 공익적 개념의 미술이다. 2017년 여름 독일 뮌스터에서는 보이지 않는데도 대중의 열광을 끌어낸 독특한 공공미술이 설치돼 큰 주목을 받았다. 터키 작가 아이셰 에르크멘의 ‘물 위에서’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5회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를 위해 기획되고 설치된 공공미술이었다. 이 행사는 뮌스터에서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적인 공공미술 전시회로 거리나 광장, 공원이나 호숫가 등 야외의 공공장소에 작품이 설치되기 때문에 입장료도 없는, 모두에게 열린 미술축제다. 2017년 전시에 초대받은 에르크멘은 뮌스터 동남쪽에 있는 운하 물속에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철재 구조물을 설치했다. 그저 물속에 다리 하나 놓았을 뿐인데 관객들은 마치 성경 속 ‘홍해의 기적’을 직접 체험하는 듯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몰려들었다. 사실 작품이 설치된 항구지역은 원래 공장과 창고들이 밀집한 후미진 곳으로 운하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남북으로 나뉘어 있었다. 최근 운하 북쪽은 트렌디한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뮌스터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반면, 남쪽은 여전히 공업지대로 남아 지역 간 격차가 더 커졌다. 이곳에 작가가 수중다리를 놓음으로써 운하로 분리되었던 도시공간이 다시 하나로 연결될 수 있었다.
‘물 위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공공미술이다. 다만 그 위를 즐겁게 거니는 관객들만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관객이 퍼포머가 되는 일종의 무대를 만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관객이 이 작품에 열광했던 이유도 미술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서 틀을 깨는 사고로 대중의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공공미술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