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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과감한 비핵화로 ‘서울 정상회담’ 길 열어라

김정은, 과감한 비핵화로 ‘서울 정상회담’ 길 열어라

Posted September. 19, 2018 09:08,   

Updated September. 19, 20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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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 최고의 환대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제 오전 평양 순안공항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마중 나와 격한 포옹으로 영접했다. 인민군 의장대 환영행사에선 예포 21발이 울렸다. 공항과 연도에는 대대적인 인파가 나와 인공기와 한반도기를 흔들었다. 숙소로 가는 길엔 두 정상이 함께 오픈카로 갈아타고 주민들의 환영에 화답하는 카퍼레이드도 벌어졌다. 두 정상은 오후엔 첫 회담과 함께 공연 관람, 환영만찬으로 신뢰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은 우리 대통령의 세 번째 평양 방문에도 북한은 대대적 환영 이벤트를 보여줬다. 김정은도 “수준은 좀 낮을 수 있어도 최대의 성의를 다했다”고 했다. 하지만 2000년 첫 평양 방문과 2007년 육로 방북 때의 설렘과 감동에 비춰보면 이번 세 번째 방북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한때 순항하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멈춰서면서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작금의 답답한 상황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도 김정은과의 첫 환담에서 “가슴도 설레지만 우리 어깨도 아주 무겁다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출발 전 “이번 방북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달 초 우리 특사단의 방북으로 끊겼던 북-미 간 소통채널은 다시 가동됐다지만 취소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추진 움직임은 아직 없다. 결국 문 대통령은 선(先)종전선언을 요구하는 김정은을 설득해 구체적인 비핵화 실행 약속을 받아내야만 한다. 그래야 곧 이어질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 나아가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 정상은 오늘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을 한다. 청와대는 그 결과를 토대로 두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을 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동회견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남북 합의문이나 공동발표문을 통해서라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 내용 못지않게 김정은의 육성이 될지, 전언이나 문서가 될지 그 형식에도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그만큼 향후 한반도 정세의 향배를 가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북 간에는 다양한 교류와 협력,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 등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이다. 나아가 김정은의 서울 답방 같은 다음 번 남북 정상회담을 기약하는 내용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풍성한 합의가 나와도 북한 비핵화 때까지 유보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경제협력과 관련해 “이번엔 당장 가능한 영역보다는 미래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수준을 낮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이뤄진다면 남북이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여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다. 물론 서울에선 어제 평양에서와 같은 대규모 환영 인파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찬반 집회와 시위로 얼룩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을 보여주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면 기꺼이 그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충분히 조성될 수 있다. 모든 게 김정은의 결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