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26)이 소속팀 토트넘에서는 혹독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27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왓퍼드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3라운드. 손흥민은 0-1로 팀이 뒤지던 후반 19분 교체 출전했다. 이날 2-2 무승부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서 골네트를 흔들며 4-2 승리에 기여하긴 했지만 필드골은 없었다. 한국 대표팀에서 토트넘으로 복귀해 첫 경기를 치른 15일 EPL 리버풀 경기를 포함해 이번 시즌 5번째 경기에서도 무득점이다. 손흥민이 시즌 초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로 리그 3경기 출전을 못 하고 최근 계속 무득점이 이어지는 사이 그의 1992년생 동갑내기 경쟁자인 에리크 라멜라와 루카스 모라는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날 라멜라는 1-1이던 후반 41분 균형을 깨뜨리는 골까지 터뜨렸다. 손흥민도 상대 왼쪽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슈팅으로 답답하던 토트넘의 공격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가 토비 알데르베이럴트(8점)에 이어 손흥민에게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인 7점을 줄 정도로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골잡이’의 역할로서는 조금 부족했다.
손흥민은 최근 5시즌 동안 9월 안에 꼬박꼬박 시즌 첫 골을 신고했다.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2016∼2017, 2017∼2018시즌에는 각각 9월 11일(EPL 4라운드)과 9월 14일(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마수걸이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 손흥민에게 ‘9월 축포’를 쏠 기회는 29일 허더즈필드 타운과의 EPL 7라운드 경기뿐이다.
골이 터지지 않는 이유로 체력 저하가 거론된다. 손흥민은 아시아경기에 이어 9월 A매치(국가대표팀 경기) 2경기까지 ‘살인 일정’을 소화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또한 27일 “손흥민이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고 신뢰를 보내면서도 그동안 체력 안배를 이유로 손흥민의 풀타임 출전을 아꼈다. 체력 저하는 집중력도 떨어뜨려 골 기회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포체티노는 최근 손흥민 대신 모라와 라멜라를 주로 측면 공격수로 출전시켰다. 특히 돌파 능력에 특화된 모라는 손흥민의 공백기에 리그에서 해리 케인과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골을 넣었다. 라멜라 또한 리그 2골을 포함해 5경기에서 3골(컵대회 포함)을 넣었다. 이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라멜라가 토트넘에서 기록한 리그 총득점과 같은 수로 이번 시즌 그는 ‘커리어 하이’를 넘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케인의 득점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패스, 알리의 침투 능력에 요즘 물오른 모라의 돌파를 조합하는 게 지금으로선 포체티노에게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라며 “거기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수비 가담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라멜라까지 득점 행진에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손흥민의 골이 시급하다. 그 둘 보다 손흥민이 확실히 앞서는 것이 슈팅능력과 득점력이다”라며 “시즌을 늦게 시작한 손흥민에겐 시련이 될 수 있는 시즌 초반이다”라고 말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