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어떤 노래를 들려드릴까요?”
“가시나!”
지난달 2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KCON(케이콘)’ 행사에서 인기 가수 선미의 질문에 관객들은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선미의 히트곡 제목을 외쳤다. 춤과 노래가 시작되자 방콕의 최대 규모 공연장 ‘임팩트 아레나’는 순식간에 끓어오를 듯한 열기와 관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그룹 워너원을 보려고 공연장을 찾았다는 팁 씨(28)는 “2년 전 우연히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접한 뒤로 한류 팬이 됐다”며 “한국 가수들이 태국을 찾아 줘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29일부터 이틀간 열린 ‘케이콘 2018 태국’에는 예상 관객 수를 훌쩍 뛰어넘는 4만2000명이 몰렸다. CJ ENM이 매년 개최하는 케이콘은 미주, 유럽, 중동 등 전 세계를 돌며 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한류 축제로 올해 처음 동남아에서 열렸다. 이날 케이콘 공연은 티켓 판매를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좌석 2만2000석이 매진됐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2만여 명은 공연장 옆 임팩트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한국문화 전시회를 찾았다.
케이콘의 특징은 가수들의 콘서트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컨벤션을 함께 연다는 점이다. 이번 한국문화 전시회의 주제는 ‘엄지족’이었다.
태국은 엄지족의 천국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태국은 하루 평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이용 시간이 세계 1위, 유튜브 동영상 재생 시간은 세계 10위다.
이번 전시회는 총 43개의 프로그램 중 12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 관련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한국과 태국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은 관람객을 무대 위로 불러와 케이팝 안무를 직접 가르쳐 주는가 하면, 한국식 화장법을 강의하거나 매운 라면과 치킨 등 한국 음식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올리는 케이팝 커버 댄스 동영상으로 3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알란 씨(22)는 “지금 태국 젊은층이 가장 활발히 활용하는 채널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이라며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등은 이런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콘은 자력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중견 기업들에는 현지에 판로를 개척할 기회도 제공한다. 올해 케이콘에 참가한 기업은 18곳. 주방생활용품 회사인 락앤락 관계자는 “케이콘은 젊은 소비층이 호감을 갖고 있는 문화 콘텐츠와 접목돼 있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형관 CJ ENM 음악콘텐츠유닛장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대안으로 동남아가 급부상하고 있다”며 “인접 국가에 문화적 영향력이 큰 태국 진출을 계기로 음악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한류 사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