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예술가 뱅크시의 그림 ‘풍선과 소녀’(사진)가 경매에서 낙찰 직후 저절로 찢어져 화제가 됐다. 5일 오후(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소더비 현대미술 판매전에 출품된 ‘풍선과 소녀’는 전화를 통해 100만 파운드(약 14억8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2008년 이후 뱅크시의 작품 중 최고가다. 그런데 경매사가 낙찰봉을 두드리는 순간 그림이 액자 아래로 빠져나가더니 절반이 갈기갈기 찢어져 장내가 술렁였다.
하루가 지난 6일, 뱅크시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그가 그림을 팔기 직전 파쇄기를 몰래 설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랐다. 영상에서 뱅크시는 그림이 경매에 팔려나갈 경우를 대비해 몰래 파쇄기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2006년 뱅크시로부터 그림을 직접 받은 소장자가 12년 뒤 작품을 경매에 내놓자 이 파쇄기가 원격으로 작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뱅크시는 영상 아래에 ‘파괴하려는 욕망도 창조적 욕망에 해당한다’는 피카소의 발언을 인용했다.
소더비의 수석디렉터 앨릭스 브란크칙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그림이 찢어지는 일은 처음이어서 어떤 의미인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엄격한 절차를 거쳐 그림이 판매되는 만큼 경매사도 이미 뱅크시의 퍼포먼스를 알고 있었으며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