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 43분, 전북 새만금 간척지에서 길이 2.2m, 지름 0.2m의 작고 날렵한 로켓이 굉음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다(사진). 로켓은 약 7초간 엔진에서 불을 뿜으며 솟구쳤고, 이후 엔진을 끈 채 추가로 날아가 약 900m 상공에 도달한 뒤 낙하산을 펼쳐 천천히 새만금 앞바다로 내려왔다. KAIST가 개발한 연구용 과학로켓(사운딩로켓) ‘우리새-2호’였다.
우리새-2호는 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과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2014년부터 개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1990∼2002년 개발해 발사한 KSR-1, 2, 3 이후 네 번째, 민간에서는 최초의 과학로켓이다. 과학로켓은 추진기관을 개발하거나 무중력실험, 대기질 측정 등을 위해 발사하는 연구·교육용 로켓이다.
연구진은 이날 오전 8시 15분 우리새-2호를 발사대에 설치하고 과산화수소와 가압용 질소가스를 차례로 주입하며 준비를 마쳤다. 당초 오전 10시 발사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돌풍과 비로 발사가 미뤄졌다. 10시 10분에는 주입 가스가 살짝 새는 사고가 있었지만, 밸브가 열린 단순 사고였음이 밝혀져 금세 조치가 이뤄졌고, 43분 발사에 들어가 최종 성공했다.
발사까지 이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권 교수팀은 작년 7월에도 시험 발사를 하려 했지만 군으로부터 공역 사용 승인을 받지 않아 시험발사를 할 수 없었다. 1km 이상 고도에 로켓을 쏘려면 한미 공군으로부터 공역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발사를 위한 부지 사용 허가도 필요하다. 권 교수팀은 곧바로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부지 사용 허가를 받고, 국토교통부 항공교통본부와 한미 공군에게 공역 사용 승인을 요청한 끝에, 25일 최종 승인받았다. 그나마 설계상 로켓이 올라갈 수 있는 비행고도가 3km임에도, 공역 사용허가를 고도 1km까지밖에 받지 못해 연구진은 엔진에 연료를 평소보다 적게 넣는 방식으로 상승 고도를 제한해야 했다.
한국은 과학로켓 발사가 어려운 환경이다. 남북 군사 대치로 공역 사용에 한계가 많고, 과학로켓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인식도 부족하다. 2016년에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과학로켓연구센터 건립이 추진됐지만, 예비타당성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측정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로켓은 시장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국내에서는 개발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 인도 등 세계 13개국에서는 1945년 이후 발사횟수만 5700번이 넘을 정도로 과학로켓이 보편화됐다. 미국은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참여하는 민간 과학로켓대회가 활성화돼 있고, 일본은 IHI에어로스페이스와 인터스텔라테크놀로지 등 민간 소형우주발사체 기업까지 탄생했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