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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판 카슈끄지’ 경제학자 체포

Posted October. 30, 2018 07:44,   

Updated October. 30, 201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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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 국가를 찬양해야 합니다. 다른 생각을 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인터뷰 내내 단어 선택에 신중했던 나글라 오스마 씨는 이 문장만큼은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집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 책을 썼다는 이유로 21일 경찰에 체포된 경제학자 압둘 칼리크 파루크 씨(61·사진)의 부인이다. 27일 오후 카이로주 북부 엘쇼루크시 자택에서 만난 오스마 씨는 남편의 소식이 올까 기대하며 인터뷰 도중에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파루크 씨는 체포되기 전 ‘이집트는 정말로 가난한 나라인가’라는 책의 출판을 앞두고 있었다. 21일 오후 그의 자택으로 경찰 3명이 찾아와 “당신이 쓴 책에 대해 조사할 것이 있다”며 그를 체포했다. 출판사에서 인쇄를 준비하던 책 원고는 압수됐고 출판사 대표 역시 체포돼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파루크 씨는 책에서 이집트 경제 및 사회적 위기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경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수차례 공개 석상에서 “이집트는 가난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파루크 씨는 같은 책에서 “이집트의 가난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 측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며 체포 이유를 밝혔다. 인권단체 ‘아랍인권정보네트워크(ANHRI)’ 소속의 한 변호사는 “그(파루크)는 허위 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을 앞두고 파루크 씨는 연구 내용이 담긴 자신의 컴퓨터를 중고로 팔아버렸다. 경찰이 자신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스마 씨는 “연구 내용들이 모두 경찰에 압수될 경우 더 큰 죄를 물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컴퓨터를 팔았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및 진보 성향 중동 언론들은 “자신들의 정책적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언론인 및 학자를 억압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및 정부에 비판적인 칼럼을 쓰다가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 영사관에서 잔인하게 피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과 결이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올해 4월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주요국들이 대부분 하위권을 차지했다. 이집트는 180개국 가운데 161위를 기록했고 아랍에미리트(128위), 이란(164위), 사우디아라비아(169위) 등도 하위권을 맴돌았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들 국가 대부분이 국제사회에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지만 정작 내부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집트 경찰은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택시 운전사, 경비원 등으로부터 당한 성희롱 경험을 언급하며 정부가 여성들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동영상을 올린 한 여성을 체포했다. 앞서 7월에는 이란 10대 소녀가 히잡을 쓰지 않고 춤을 추는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이집트 정부는 이집트 최고미디어규제위원회를 두고 팔로어가 5000명 이상인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개인 블로그, 웹사이트 등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