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와 슘페터가 힘을 합쳐야 할 때
Posted November. 16, 2018 08:18,
Updated November. 16, 2018 08:18
케인스와 슘페터가 힘을 합쳐야 할 때.
November. 16, 20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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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재정 증가율이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3배가 넘는다. 지금 국회에서는 이렇게 편성된 470조5000억 원의 세금 쓰기 전쟁이 한창이다. 바쁜 국민을 대신해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돈 쓸 계획을 검토하는 시즌인데 어딘가 미덥지 않다. 세금으로 쓰는 돈은 원래 효율성이 낮다. 국민을 생각하는 공복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꼭 써야 할 곳을 애써서 찾고, 아껴 써야 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리인의 눈에 정부예산이란 결국 남의 돈일 수밖에 없다. 수년 전 기네스북에 올리겠다며 쓰지도 못 할 거대한 가마솥을 만든 기초자치단체의 세금낭비 사례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도 이런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의 빈 강의실에 켜진 전등을 끄고, 난방온도를 조절하는 단기 일자리에 수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사례가 알려지자 ‘내 세금을 저렇게 쓸 수 있을까’라는 시민의 분노가 대단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전대미문의 슈퍼예산안이 나올 때부터 논쟁이 적지 않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라는 죽은 경제학자가 소환됐다. 그 논리는 어렵지 않다.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니, 일단 국민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게 총수요를 늘리고, 그 결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케인스가 주장한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처방이다. 그러나 일단 재정을 많이 쓴다는 데 동의해도 어디에 써야 하는지는 경기 침체 원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의 상황이 경기순환에 의한 것이거나 단기적 위기 때문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직접 소비로 이어지게 예산을 쓰는 게 맞다. 일본이 그랬듯 정 급하면 정부가 현금이라도 나눠줘야 한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케인스의 경구는 이럴 때 딱 맞는 말이다. 하루가 급박한 때에 장기 문제만 이야기하다가 병을 키우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경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현재의 경기 침체 원인은 중장기적인 경쟁력 하락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중장기 추세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5년에 1%씩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다는 진단이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혁신적 시도가 사라지고, 신기술로 도전하는 새로운 기업의 비중이 20년간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도 지표로 확인된다. 청년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기보다 공무원시험에 목매달기 시작한 것도 최근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이즈음 떠오르는 이름은 케인스와 다른 축에 선 슘페터다.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성장 원리를 요약했다. 그는 혁신적 기업가가 신제품과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하면서 경제의 낡은 부문을 몰아내는 끊임없는 신진대사의 엔진이 자본주의 시스템 내부에 장착됐다고 간파했다. 혁신이 죽으면 경제가 멈추고, 혁신이 숨을 쉬면 경제가 성장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바로 이 내생적 혁신 엔진이 식어가는 상태다. 슈퍼예산은 누가 뭐래도 케인스식 확장적 재정정책의 결과다. 그러나 침체의 원인이 중장기 혁신 부재라면 씀씀이는 최소한 기업가의 혁신적 시도를 진작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 돈을 풀기 전에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정부가 민간의 일을 대체하는 예산 사업도 과감히 없애야 한다. 이름도 처음 듣는 수많은 진흥원과 센터들이 세금으로 컨설팅 사업을 하니 지식서비스업이 싹이 마를 지경이다. 어떤 지자체는 세금으로 스스로 금융사업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도 뛰어드는데, 그 분야 기업가들은 하늘만 보게 생겼다. 반대로 혁신을 진작하기 위해 돈을 더 써야 하는 일도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혁신을 위해 도전적 기업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구매해주는 일이 다. 창조적 파괴의 흐름에서 밀려나는 기업과 사람을 위해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할 안전판을 만들고, 학습사회를 앞당겨 직업을 전환하도록 돕는 일에도 더 많은 재정을 써야 한다. 케인스의 조언에 따라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더라도 지출계획은 슘페터 조언에 따라 기업가의 도전에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혁신지향적 재정정책이 키워드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케인스와 슘페터가 같이 힘을 합쳐야 답이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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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재정 증가율이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3배가 넘는다. 지금 국회에서는 이렇게 편성된 470조5000억 원의 세금 쓰기 전쟁이 한창이다. 바쁜 국민을 대신해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돈 쓸 계획을 검토하는 시즌인데 어딘가 미덥지 않다. 세금으로 쓰는 돈은 원래 효율성이 낮다. 국민을 생각하는 공복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꼭 써야 할 곳을 애써서 찾고, 아껴 써야 할 인센티브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리인의 눈에 정부예산이란 결국 남의 돈일 수밖에 없다.
수년 전 기네스북에 올리겠다며 쓰지도 못 할 거대한 가마솥을 만든 기초자치단체의 세금낭비 사례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도 이런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의 빈 강의실에 켜진 전등을 끄고, 난방온도를 조절하는 단기 일자리에 수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사례가 알려지자 ‘내 세금을 저렇게 쓸 수 있을까’라는 시민의 분노가 대단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전대미문의 슈퍼예산안이 나올 때부터 논쟁이 적지 않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라는 죽은 경제학자가 소환됐다. 그 논리는 어렵지 않다.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니, 일단 국민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게 총수요를 늘리고, 그 결과 경제가 활기차게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케인스가 주장한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처방이다.
그러나 일단 재정을 많이 쓴다는 데 동의해도 어디에 써야 하는지는 경기 침체 원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의 상황이 경기순환에 의한 것이거나 단기적 위기 때문이라면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직접 소비로 이어지게 예산을 쓰는 게 맞다. 일본이 그랬듯 정 급하면 정부가 현금이라도 나눠줘야 한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케인스의 경구는 이럴 때 딱 맞는 말이다. 하루가 급박한 때에 장기 문제만 이야기하다가 병을 키우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경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현재의 경기 침체 원인은 중장기적인 경쟁력 하락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중장기 추세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5년에 1%씩 추세적으로 하락해 왔다는 진단이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혁신적 시도가 사라지고, 신기술로 도전하는 새로운 기업의 비중이 20년간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도 지표로 확인된다. 청년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기보다 공무원시험에 목매달기 시작한 것도 최근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이즈음 떠오르는 이름은 케인스와 다른 축에 선 슘페터다.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라는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성장 원리를 요약했다. 그는 혁신적 기업가가 신제품과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하면서 경제의 낡은 부문을 몰아내는 끊임없는 신진대사의 엔진이 자본주의 시스템 내부에 장착됐다고 간파했다. 혁신이 죽으면 경제가 멈추고, 혁신이 숨을 쉬면 경제가 성장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바로 이 내생적 혁신 엔진이 식어가는 상태다.
슈퍼예산은 누가 뭐래도 케인스식 확장적 재정정책의 결과다. 그러나 침체의 원인이 중장기 혁신 부재라면 씀씀이는 최소한 기업가의 혁신적 시도를 진작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 돈을 풀기 전에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정부가 민간의 일을 대체하는 예산 사업도 과감히 없애야 한다. 이름도 처음 듣는 수많은 진흥원과 센터들이 세금으로 컨설팅 사업을 하니 지식서비스업이 싹이 마를 지경이다. 어떤 지자체는 세금으로 스스로 금융사업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도 뛰어드는데, 그 분야 기업가들은 하늘만 보게 생겼다.
반대로 혁신을 진작하기 위해 돈을 더 써야 하는 일도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혁신을 위해 도전적 기업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구매해주는 일이 다. 창조적 파괴의 흐름에서 밀려나는 기업과 사람을 위해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할 안전판을 만들고, 학습사회를 앞당겨 직업을 전환하도록 돕는 일에도 더 많은 재정을 써야 한다.
케인스의 조언에 따라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더라도 지출계획은 슘페터 조언에 따라 기업가의 도전에 기여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혁신지향적 재정정책이 키워드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케인스와 슘페터가 같이 힘을 합쳐야 답이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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