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 방송의 백악관 출입 기자 짐 아코스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해 백악관으로부터 출입 정지를 당했다가 소송을 벌여 다시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 최근 연출됐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최고 권력기관 백악관의 언론 취재 시스템은 어떨까.
백악관 출입증을 받은 내외신 기자는 750여 명이다. 하지만 브리핑룸에서 정례 브리핑을 듣거나 대통령이나 고위 공무원의 기자 회견에 직접 참석해 아코스타처럼 바로 앞에서 질문할 수 있는 기자는 많지 않다.
백악관 서쪽 브리핑룸과 기자실 면적은 합쳐서 32평, 브리핑실 좌석은 49개다. 브리핑룸 맨 앞줄은 AP ABC NBC 등이 있고 그 다음 줄에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이 선점하고 있다. 기존 유력 언론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인’이 있는 좌석도 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UPI 통신 기자로 시작해 2010년까지 백악관을 출입한 토머스 헬렌은 중간에 언론사를 몇 차례 바꿨지만 브리핑룸 맨 앞줄 가운데 자리가 지정석이었다. 그는 2013년 사망했지만 지정석에는 ‘토머스 헬렌’이라는 동판이 새겨졌다.
백악관 내에는 출입 기자 등 취재 기자용 공간도 좁고 편의 시설도 거의 없다. 구내식당도 없어 출입 기자는 내부에서 식사를 하려면 도시락 식사를 챙겨와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도 한다.
백악관 출입기자증이 없어도 취재는 할 수 있다. 대변인실에 사전에 연락해 신분 확인만 되면 국내외 언론을 가리지 않고 백악관 출입이 허용된다. 백악관 출입증이 있거나 취재 허가를 받았다고 마음대로 백악관 경내를 다닐 수는 없다. 백악관 북서쪽 출입구를 통해 들어와 브리핑룸, 기자실 정도만 안내 직원 없이 다닐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전까지 수십 년째 매일 이뤄지던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은 이틀에 한 번꼴, 한 달에 10∼15회 정도로 줄었다. 다만 현안이 있을 때는 하루에 두 번 하기도 한다. 기존 신문과 방송에 강한 불신과 적대감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때 정례 브리핑을 없애려고 했다가 기자단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유지했다.
아코스타에 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후속 질문을 할 수 없게 하는 방안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백악관은 질문을 허용 받은 기자는 한 개의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규칙을 제안했다. 후속 질문은 대통령의 재량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는 조건까지 붙였다. 기자단은 “후속 질문의 전통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며 백악관이 제안한 규칙에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보였다.
브리핑이나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코스타처럼 설전도 벌이지만 고위 관리들은 비판적인 질문을 받고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한편 청와대에 등록된 국내외 언론 출입 기자는 350여 명. 기자실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이나 비서동과는 떨어진 춘추관에 있다. 1층 기자실 좌석은 90여 개, 2층 브리핑실 좌석도 90여 개로 백악관보다 넓다. 지난해 7월부터 청와대는 출입 기자 개인 출석률을 토대로 등록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등록만 하고 나오지 않는 기자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