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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음악 거장 르베이 “곡 쓸 땐 발로 뛰며 준비해야 좋은 영감 떠올라”

뮤지컬 음악 거장 르베이 “곡 쓸 땐 발로 뛰며 준비해야 좋은 영감 떠올라”

Posted December. 21, 2018 07:27,   

Updated December. 21, 201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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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음악 거장 실베스터 르베이(73)에게 1988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독일의 작사가 겸 작가이자 작업 파트너인 미하엘 쿤체(74)가 뮤지컬 ‘엘리자벳’ 협업을 제안한 것. 헝가리 출신인 르베이는 당시 팝송과 영화음악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영화음악 제작을 함께했고 팝송(실버 컨벤션의 ‘Fly Robin Fly’)으로 1976년 그래미 어워즈도 수상했다. 르베이는 “경력의 전환점인 ‘엘리자벳’ 이후 뮤지컬 음악 창작자로서의 삶이 시작됐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1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세미나 ‘콘텐츠 인사이트’에 참석한 그를 만났다. 르베이는 “(작곡할 때) 관객의 흥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성공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곡을 쓰기 전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극 순서를 따르지 않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무작위로 곡을 만든다. 그는 “황후 엘리자벳의 관점에서 궁전에 갇힌 기분을 상상하다 ‘나는 나만의 것’ 넘버의 영감이 떠올랐다”고 했다. 실존했던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의 일생을 그린 ‘엘리자벳’(1992년)은 빼어난 외모를 지녔지만 황실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며 계속 죽음의 유혹을 받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자유를 갈망하며 엘리자벳이 부르는 ‘나는…’은 여성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는 곡이다. 특히 결혼한 여성들은 폭발적인 환호를 보낸다. 그는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낀 여성들이 황후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위안을 얻는 것 같다”며 웃었다.

 천재적 재능에 자유분방한 영혼을 지녔지만 불우한 가정환경과 후원하는 권력자의 거만함에 짓눌린 모차르트를 그린 ‘모차르트!’(1999년)는 ‘엘리자벳’의 성공으로 적잖은 부담을 느끼며 만든 작품이다. 그는 곡을 쓰기 위해 모차르트 무덤과 잘츠부르크 생가 등을 방문했다. 그 결과 클래식한 음악부터 록, 재즈를 넘나드는 서정적이고 처절한 넘버들이 대비를 이루며 모차르트의 복잡한 마음을 절묘하게 묘사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르베이는 “발로 뛸 때 좋은 영감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들을 곡에 잘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강렬한 넘버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레베카’(2006년)에서 광기 어린 댄버스 부인이 죽은 레베카에게 집착하며 절규하듯 부르는 ‘레베카’ 넘버는 압권이라는 평이다.

 르베이는 “한국 배우들은 노래 솜씨가 특출나다”고 했다. 그는 ‘엘리자벳’에서 엘리자벳 역을 맡았던 옥주현과 토드(죽음) 역을 소화한 박효신 등 배우들의 이름을 빠짐없이 기억했다. 전날에는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엘리자벳’의 김준수를 만나 “감정선, 드라마 모두 업그레이드 된 토드를 만났다. 내 음악을 완성시켜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굉장해요. 그 뜨거운 에너지에 저도 좋은 기운을 한가득 받는 느낌이에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관객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언젠가는 오페라도 쓰고 싶습니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