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 완성차 시장에서 지난달 기준으로 포드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에 힘입어 상위 10위권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판매량이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반등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18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난달 유럽 시장 판매량은 8만2667대로 전년 대비 0.5% 늘어났다. 시장 점유율은 6.7%로 0.3% 증가해 6.4%에 그친 포드를 앞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의 코나와 기아차의 니로 등 SUV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쟁사의 부진에도 유럽 시장에서 선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아차의 경차 모닝과 신형 씨드 등을 통해 전체 판매량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유럽 지역에서 포드의 판매량은 7만8485대로 지난해 1월에 비해 6.6% 급감하며 순위도 5위로 밀려났다. 1위 폴크스바겐그룹(―6.5%)과 2위 푸조시트로엥(PSA)그룹(―1.9%) 등의 판매량 감소폭도 컸다. 도요타그룹 등 일본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 역시 줄어들었다.
유럽 시장 전체로 보면 지난달 완성차 판매량은 122만6446대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유럽 지역의 완성차 판매량 감소 추세는 지난해 8월부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디젤 자동차 등의 배출가스를 규제하는 세계표준자동차시험방식(WLTP) 제도의 유럽 지역 내 시행이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지역에서 전체 시장 위축에도 SUV를 중심으로 반등세로 돌아선 점이 고무적이다. 현대차의 싼타페와 투싼, 기아차의 쏘렌토와 스포티지 등 SUV가 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에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미국 지역 판매량은 7만9396대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는 고율의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가 현대·기아차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 정부가 한국 완성차 업체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대미 수출량이 연간 약 16만 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민구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