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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최고병원도 포기한 환자 살린 아산병원

Posted February. 26, 2019 08:29,   

Updated February. 26, 20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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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동관 10층. 간 이식 병동에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환자복을 입은 미국인 찰스 카슨 씨(47)가 생일 케이크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 최고 수준의 병원에서도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11월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마흔일곱 번째 생일 케이크를 마주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카슨 씨가 병마와의 싸움을 시작한 건 2011년이다. 몸이 좋지 않아 스탠퍼드대병원을 찾았다가 백혈병 전 단계인 ‘골수 이형성 증후군’과 간경화라는 진단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견디려면 건강한 간을 이식받아야 했지만 적합한 뇌사 기증자가 언제 나타날지 기약할 수 없었다. 부인 헤이디 카슨 씨(47)의 간 일부를 이식받는 게 거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미국 최고 수준의 의료진도 “까다로운 수술”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렵사리 수술에 성공해도 골수 질환 탓에 상태가 다시 나빠질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의에 빠진 채 좌절해 있는 카슨 씨에게 지난해 가을 스탠퍼드대병원의 의료진은 “생체 간 이식 의술은 한국이 훨씬 앞서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생체 간 이식 5000례를 달성했다. 이식 후 1년 생존율도 97%로 미국 병원 평균(89%)을 앞섰다. 카슨 씨는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그해 11월 한국을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송기원 교수도 수술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카슨 씨의 마지막 희망을 무너뜨릴 순 없었다. 지난해 12월 19일 카슨 씨의 배를 열자 간과 복막이 들러붙어 있고 혈관엔 핏덩어리가 가득했다. 통상 10시간 안팎 걸리는 수술은 18시간을 넘겼다. 성인 2명 분량의 혈액을 수혈하는 대수술이었다.

 이후 카슨 씨는 몇 차례 고비를 맞았지만 두 달 만에 회복해 이달 25일 미국으로 귀국했다. 그는 “가족과 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는 “미국 10대 병원으로 꼽히는 스탠퍼드대병원이 한국에 환자를 맡겼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