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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경판 65년만에 美서 돌아왔다

Posted March. 27, 2019 08:33,   

Updated March. 27, 20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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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 직후인 1954년에 강원 속초시 신흥사에 있던 불교 경판을 가져간 미군이 65년 만에 유물을 반환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설악산 신흥사는 18일 “미국 시애틀에서 미군 출신 리처드 록웰 씨(92)로부터 ‘제반문(諸般文·사찰에서 행한 일상의 천도의식과 의례를 기록한 문서)’ 목판 가운데 마지막 부분 1점을 돌려받았다”고 26일 밝혔다.

 미 해병대 중위로 복무하던 록웰 씨는 한국에 파병된 뒤 1954년 10월 수색 정찰을 하다 신흥사에 들렀다. 전쟁으로 황폐화한 경내를 살펴보다 파괴된 전각 주변에서 경판 1점을 수습했다. 그는 그해 11월 경판을 들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흥사 경판이 한국의 중요 문화재라고 뒤늦게 판단한 록웰 씨는 유물을 돌려주려 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속초시립박물관에 1953∼1954년 한국에서 장교로 활동할 당시 촬영한 슬라이드 사진 279점과 함께 경판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박물관 측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유물 가치를 판단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재단은 현지 직원을 록웰 씨 자택에 파견해 경판 유출 과정을 파악하고 진품임을 확인했다. 지난달 재단으로부터 반환 의사를 전달받은 신흥사는 능인사 주지 지상 스님을 미국으로 보냈다. 스님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함께 록웰 씨 자택을 방문해 조건 없이 경판을 자진 반환한 데 대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번에 돌아온 신흥사 경판은 17세기 중후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크기는 가로세로 48.2×18cm이며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신흥사 제반문 경판은 88장(44점)이 존재했다고 전해졌으나, 6·25전쟁을 거치며 대부분 소실됐다. 현재 14점이 남아 있다. 귀환한 목판은 마지막 부분인 87∼88장에 해당하며 ‘연옥(連玉)’과 ‘김우상양주(金祐尙兩主)’라는 시주자와 관련된 정보가 있다.

 신흥사는 “제반문 경판은 당대 경전 간행 과정과 승려들의 생활상, 불교 의례, 인쇄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며 “26일부터 신흥사 유물전시관에서 전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