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회오리에 ‘시계 제로’ 한국 경제

　미국과 중국이 미국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졌지만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양국은 협상을 계속하기로 하고 다음달 말 G20 정상회담 직전에 다시 한번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무역분쟁은 미국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무역불균형 해소 뿐 아니라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이슈까지 얽혀 재발하거나 장기화될 개연성이 높다.

　당장 미국은 10일 오전 0시를 기해 2500억 달러(약 300조 원)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3250억 달러 어치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기는 식으로 관세폭탄 전쟁이 불붙으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이 0.31%포인트, 중국은 1.22%포인트 하락하리라는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이로 인해 글로벌 무역과 경기가 위축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국의 수출 가운데 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가량 되는 데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은 이중삼중의 타격을 받게 된다. 지난해 말부터 수출이 5개월째 마이너스인데다 전 분기 대비 1분기(1∼3월) GDP 성장률도 역성장하는 등 기진맥진한 경제가 회생하기도 전에 다시 침체로 빠져들까 우려된다.

　한국 금융시장은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암울한 분위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9일 양국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 지수는 3%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10원 넘게 상승했다. 외부 충격에 따른 일시적 효과일 수 있지만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경제성장 잠재력 훼손에 대한 중장기 불안도 무시할 수 없다.

　불행 중 다행은 지난해부터 심각해진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 올 1분기 한국의 대미 수출이 13% 가량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분 감소로 인해 한국이 일부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고래 싸움’ 가운데 한국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틈새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이 언제든 다시 출렁일 수 있으니 비상태세를 유지하면서 수출 다변화, 내수 진작 등 다각도로 경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