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왈츠다.’
영국 음악가 톰 요크의 곡 ‘Suspirium’(사진)은 이 짧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서스페리아’의 주제곡. 그룹 ‘라디오헤드’ 보컬인 요크의 영화음악 감독 데뷔작. 요크는 음악 연출을 제안받고 극심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1990년대 이후 등장한 가장 중요한 록 밴드의 멤버, 천하의 요크라도 그럴 법하다. 그룹 동료이자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는 이미 ‘팬텀 스레드’ ‘데어 윌 비 블러드’를 맡으며 영화음악 감독으로 안착했다. 그와 비교되는 길을 피할 수 없어 보였을 것이다.
더구나 영화의 원작인 1977년 작 ‘서스페리아’는 저 유명한 독일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고블린’이 음악을 맡았다. 원색으로 칠갑한 영화의 기괴한 영상미를 칼끝처럼 시린 음향으로 증폭시킨 기념비적 사운드트랙이다.
영화의 배경은 1977년 독일 베를린의 발레학교. 단원들은 한 기숙사에 묵으며 똑같은 악몽에 시달리고 ‘마담 블랑’을 위시한 운영진은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어둠이 찾아오면 학교의 은밀한 벽 너머에선 기묘한 의식이 열린다.
‘이것은 왈츠다/생각해보면 우리의 몸은/무엇을 뜻하나/구원의 측면에서’
몸을 틀고 회전하며 공중에 띄우는 발레 동작은 영화에서 고행처럼 묘사된다. 육체라는 인두겁에 내려진 천형. ‘이것은 왈츠다’라는 첫 소절은 다분히 선언적이다. 5박자, 7박자, 9박자가 그러하듯 홀수 박자는 음악에서 불안감을 조성한다. 왈츠의 3박자는 홀수 박자 가운데 그나마 가장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인간이 지닌 팔과 다리의 수, 즉 2로 나뉘지 않으므로 안착하지 못한 채 끝없이 떠도는 기분을 선사한다. 옛 유럽 귀족들의 무도회를 장시간 떠받친 흥분감은 이 3박자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요크는 감독 일을 제대로 해냈다. 유령처럼 지속되는 우울한 음의 아우성뿐 아니다. 영화 속 발레 음악에서 5박자와 7박자 리듬을 즐겨 사용했다. 음산한 음계와 맞물리도록 조립했다. 기이한 막춤은 스크린 안에서도 밖에서도 계속된다. 삶이 틀어둔 잔인한 박자에 맞춰서.
‘다 괜찮아/우리가 (춤추며) 회전하는 한…’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