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협력해야 할 대상 ‘국가(country)’로 표기했다. 이는 미국이 지금까지 인정해 온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에서 선회해 대만을 사실상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건드려 대중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이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국가로서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몽골은 신뢰할 수 있고 역량이 있는 미국의 파트너들”이라며 “네 개의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의 미션 수행에 기여하고 있으며,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함께할 파트너 국가들로 기존의 동맹국가인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을 언급한 데 이어 추가로 협력을 확대, 강화할 대상 국가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하나의 중국’ 정책에 의거해 그동안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런 미국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공식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는 중국을 겨냥한 최근 미국의 도발적인 조치들 중 하나”라며 “미중 양국이 무역, 보안, 교육, 비자, 기술은 물론 ‘문명’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기습공격”이라고 썼다.
앞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에 대전차를 비롯해 모두 20억 달러(약 2조3620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도 추진하고 있다. 대만과의 외교관계 복원 및 협력 강화, 군사적 지원을 통해 대만을 중국 봉쇄정책에 참여할 역내 플레이어로 끌어들이겠다는 것. 미중 간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관세폭탄’을 앞세운 미중 양국의 무역 분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오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3000억 달러(약 354조 원) 규모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시기에 대한 질문에 “G20 이후 2주 안에 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 발탁을 지속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중국어판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테드 요호 의원(공화·플로리다)은 이날 미국 외교정책위원회(AFPC) 주최로 열린 중국 관련 회의에서 “미국 의회는 정부와 함께 중국의 개도국 지위 박탈을 추진 중이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이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